국내외 산업계에 감원 바람이 불고 있다. 내년 경기 침체가 깊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해외에서 먼저 테크, 자동차, 금융, 유통, 미디어를 포함한 거의 전 업종에서 선제적 감원에 들어갔다. 미국 인력관리 전문기업 ‘챌린저, 그레이 앤드 크리스마스’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기업들은 총 7만6천835명의 해고를 발표했다. 1년 전(1만4천875명)의 5배가 넘는 대량 해고다. 보고서는 “올 들어 11월까지 미국 기업은 32만명 이상을 해고했다”고 밝혔다.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가 커지면서 이른바 ‘L(Layoff·해고)의 공포’로 확산하는 조짐이다. 메타(옛 페이스북)는 지난달 전체 직원의 13%인 1만1천명을 해고했다. 아마존도 역대 최대 규모인 1만명에 달하는 정리 해고를 시작했다. 모건스탠리는 1천600명을, 골드만삭스는 최소 400명을 해고할 예정이다. 자동차 업계에선 포드가 지난 8월 3천여명에게 해고 통보를 했다. 중국 알리바바는 상반기에 1만3천여명을 정리 해고했고,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는 지난해 7월 이후 1만여명을 감원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에 처한 기업들이 명예퇴직(희망퇴직)을 늘리고 신규 채용을 줄이고 있다. 금융권에선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KB증권은 1982년생 이상 정규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40세가 넘는 직원을 대상으로 감원에 나선 것이다. 하이투자증권은 1967년생까지, 20년 근속 및 2급 부장을 대상으로 최근 희망퇴직을 받았다. 이는 전체 정규직의 50%가량이다.
기업이 몸집을 줄이는 이유는 업종별로 다르다. 증권 회사나 자산 운용사 등 투자 업계는 영업이익이 급감해 인력 감축이 불가피해 보인다.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벤처 회사들도 인력을 줄이고 있다. 은행은 고금리로 영업 실적은 향상됐지만, 디지털 전환으로 인력 수요가 줄었다.
근로자들은 감원 칼날이 자신을 향하지 않을까 불안해한다. 해고만이 능사는 아니다. 정부와 기업은, 함께 살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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