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합리(三合里). 여주시 점동면에 가면 만날 수 있는 동네다. 문맥상으로는 마을 3곳이 만난다는 뜻이다. 이름이 예사롭지 않다. 전국적으로 그런 곳이 흔하진 않아서다.
▶여주 한복판으로는 남한강이 흐른다. 하지만 이곳 주민들은 남한강을 굳이 ‘여강(驪江)’이라 부른다. 여주의 가람이란 의미에서다. 그 강을 끼고 경기도와 강원도, 충북 등이 만났다. 아주 오래전부터다. 강 건너편은 강원 원주시 부론면 법천리다. 그 남쪽은 충북 충주시 앙성면 단암리다.
▶경기 여주시 강천면과 강원 원주시 부론면 앞으로는 예의 섬강(蟾江)이 흐른다. 남한강의 지류다. 송강 정철 선생의 ‘관동별곡’ 첫 부분에 언급된 강이다. 여주에선 남녘이고, 충주에선 북녘이며, 원주에선 서녘이다. 애주가들은 통금이 있던 시절 자정 무렵 다리 하나 건너 술자리를 이어갔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충북에만 통금이 없어서다. 이들은 강원도 주민도 아니고, 충청도 주민도 아니고, 그렇다고 경기도 주민도 아니다. 남한강변 주민일 뿐이다.
▶여주시가 환경부·산림청과 공동으로 남한강에 한글을 테마로 ‘물의 정원’ 조성을 추진(본보 13일자 10면)한다. ‘관동별곡’이 시작되는 신륵사 맞은편부터 세종대왕 한글을 주제로 펼쳐진다. 여주시는 최근 연구용역 중간보고회를 열어 기본구상안, 개발여건, 개발방향, 사업비, 실현방안 등을 중간 점검했다. 기본구상안에는 남한강변에 30여만㎡ 규모의 국가정원급으로 조성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여주시는 ‘물의 정원’이 조성되면 신륵사관광지, 금은모래 관광지구 등과 연계된 최고의 관광지로 거듭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소박하고 아름다운 삼합리 이야기도 보태자. 진영으로 갈려 으르렁거리는 민심을 한데 모으기 위해서다. 정겨운 이웃사촌들의 얘기가 녹여질 테니 말이다. 뚱딴지 같은 어리석은 의견일까.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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