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을 잡아야 할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되면 어떨까? 공정과 상식이 무너지니 사회는 신뢰가 깨져 불신이 판치고 나라는 부정과 부패로 망국의 길을 걷게 된다. ‘고양이와 쥐가 함께 산다’는 뜻의 묘서동처(猫鼠同處)는 중국 당(唐)나라의 정사(正史)를 담은 구당서(舊唐書)와 신당서(新唐書)에 나오는 말이다. 법을 집행하는 사람이 법을 위반한 사람의 잘못을 용인하거나 덮어주는 것, 또는 같은 편이 돼 함께 나쁜 짓을 저지르는 것을 비유한다. 지난해 대학교수들은 이 사자성어로 한 해를 정리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검찰의 칼날이 날카롭다. 대장동·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관련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을 구속하고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을 넘어 변호사비 대납 의혹도 재수사에 착수했다. 이 대표 사법리스크가 점점 더 현실화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탈북어민 강제 북송사건 등 전 정부에 일어났던 사건도 집요하게 파고든다. 통계청의 국가 통계 조작 의혹도 조만간 수사가 예상된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검찰 수사의 끝이 문재인 전 대통령, 이재명 대표를 향한다며 공세를 멈추지 않는다. 정치검찰의 보복 수사라고 단정하기 때문이다.
이에 질세라 여당은 적폐 청산 수사라고 맞선다. 검찰 수사 결과, 사실이라면 국기문란이요 국정농단이다. 아니라면 정권을 내놓을 만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진실은 법에 맡기고 민생에 집중해야 한다. 내년 예산안이 법정처리 시한(2일)과 정기국회(9일)를 넘겼다. 김진표 국회의장의 중재안과 ‘데드라인(15일) 선언도 묵살했다. 민생은 없고 정쟁만이 판치면서 이래저래 국민만 고단하고 힘들다.
올해 사자성어로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의 ‘과이불개(過而不改)’가 꼽혔다. 남 탓하는 소인배·후진적 정치를 빗댄 듯하다. 이념의 갈등으로 나뉜 진영은 어느덧 팬덤정치에 파묻혀 무조건 우기는 풍조가 만연하다. 잘못하면 뉘우치고 사과하고 책임지면 된다. 올 한 해 국내외 경제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교란, 높은 인플레이션, 긴축적 통화정책 기조, 코로나19 재확산 위기 등으로 한겨울 한파만큼 견디기 어려웠다. 내년에도 호재보다 악재로 인한 경기 하방 리스크가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국민을 위한 정치, 책임의 정치가 힘들면 금배지를 내려놓아야 한다.
김창학 정치부 국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