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딱뚝딱 고장난 장난감에 새 숨결 “이번 성탄절엔 추억을 선물해 주세요”

5년째 재능기부 성남 유원일씨, 수원 ‘장난감 명의’ 정재근씨도 “아이들 미소에 힘든지 몰라” 
고물가 속 자원재활용 의미 커

22일 수원특례시 팔달구의 한 장난감 병원에서 정재근씨(64)가 수리를 마친 장난감을 작동하고 있다. 이은진기자

눈 감았던 인형이 다시 눈을 뜨고, 목소리 잃었던 악기가 새롭게 노래를 부른다.

 

고장난 장난감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의사가 있는 곳, 경기도내 ‘장난감 병원’ 이야기다.

 

크리스마스를 사흘 앞둔 성남시 분당구의 한 장난감 병원. 제페토 할아버지가 나무를 깎아 피노키오에 숨을 더했듯 유원일씨(54)가 작고 딱딱한 완구들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었다. ‘불꽃장난감척척수리센터’를 운영하며 올해로 5년째 재능기부 중인 그는 “어린이들이 정든 장난감과 이별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고치는 일을 한다”고 제 소개를 했다.

 

최근에는 성탄절 선물을 준비하려는 이들이 ‘토이 닥터(Toy Doctor)’ 유씨를 더욱 많이 찾아온다. 장난감 가격이 비싸 경제적 부담을 느끼는 부모님들도, 옛 추억을 꺼내려는 어른이들(키덜트족)도 알음알음 ‘동심’을 지키기 위해 이곳을 방문하고 있다. 유씨는 “움직이는 장난감을 보고 아이들이 활짝 웃을 때, 그리고 그 장난감을 하루 종일 가지고 논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제 마음이 덩달아 따스해진다”면서 “수리비는 아이들의 웃음”이라고 유쾌하게 말했다.

 

또 다른 장난감 병원은 수원특례시 팔달구의 한 자전거 가게 안에 있었다. 입구를 지나 무채색의 부품이 쌓인 통로를 지나자 비로소 형형색색의 장난감들이 보였다. 수십년 전 만들어진 다마고치, 작동을 멈춘 모빌, 소리가 나지 않는 오르골까지. 겉은 멀쩡하지만 동작을 멈춰버린 장난감들이 가게 내부에 즐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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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사흘 앞두고 있는 22일 수원특례시 팔달구에 위치한 한 장난감 병원에서 정재근씨(64)가 장난감을 고치고 있다. 이은진기자

‘장난감 명의’ 정재근씨(64)는 어두운 책상을 단 하나의 스탠드로 밝힌 채 눈을 반짝였다. 그는 짧게는 한 시간, 길게는 하루 온종일 수리에 전념하며 장난감 본연의 빛과 소리를 되찾아준다. 정씨는 “손님들은 장난감이 다시 생명을 갖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곳을 찾고, 저는 그들의 행복한 표정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며 미소 지었다.

 

이 같은 장난감 병원이 주목받는 이유는 아무래도 고물가 시대의 영향이 크지만, 자원 재활용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국내에서 제작 및 수입된 플라스틱 장난감 중 재활용되는 장난감은 40%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매년 연말이면 자녀·조카들의 선물을 확보하기 위한 ‘장난감 붐’이 불고, 유통가에서도 실제로 12월 1~2주차마다 완구 매출이 급등한다. 올해 역시 롯데마트가 25%, SSG닷컴이 10%, G마켓이 40% 등 전월(11월) 대비 완구 매출이 뛴 상태다.

 

장난감 병원에서의 선물이 최신 장난감, 인기 장난감은 아닐지라도 한층 따뜻하고 환경 친화적인 크리스마스를 위해 한번쯤 장난감 수리에 관심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김종일 키니스장난감병원 이사장은 “장난감은 아이들 최초의 자기 재산”이라며 “망가진 장난감을 수리·재활용하는 건 환경도 보호하고 아이들의 동심도 지키는 일이다. 많은 아이들이 장난감 병원 등을 통해 자신의 장난감을 아끼고 사랑하는 연말이 되길 응원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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