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하준이법 유명무실, 경사면 주차 안전위협 막아야

경사진 곳에 주차하는 차량들이 많다. 지역마다 주차장이 부족하다 보니 경사면까지 이용해 주차를 하게 된다. 주차면이 그려져 있는 곳도 있고, 불법 노상주차도 있다. 중요한 것은 적법, 불법을 떠나 경사면에 주차할 때는 고임목으로 차량을 고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차량이 미끄러져 종종 사망사고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경사진 곳에 주차할 때 고임목 등 미끄럼 방지 시설을 의무화한 일명 ‘하준이법(주차장법 개정안)’이 시행되고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하준이법은 2017년 10월 과천시 서울랜드 주차장 경사로에서 미끄러져 내려온 차량에 4세 최하준군이 부딪혀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2019년 법 개정에 따라 경사진 주차장에서는 반드시 고임목 등 미끄럼 방지 시설을 설치해야 하고, 경사진 곳을 알리는 안내판도 설치해야 한다. 위반하면 6개월 미만의 영업정지 또는 300만원 미만의 과징금에 처해질 수 있다.

 

하준이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넘었다. 법 시행 이후에도 경사면에 주차된 차량이 미끄러져 사람이 크게 다치거나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상당수 운전자들은 경사면 주차 시 의무적으로 돌멩이나 고임목 등으로 바퀴를 고정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평소 갖고 다니지 않으면 그런 도구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최소한 앞바퀴를 돌려 주차라도 해야 덜 미끄러지는데 이마저도 잘 안 지킨다. 주차 관리자 등이 고임목 도구를 갖추거나, 경사면 안내판을 설치해야 하는데 안 지키는 곳도 있다. 고임목함이 구비돼 있어도 운전자들이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법 자체가 유명무실할 정도다.

 

고임목 없는 차량들은 언제든 아이들과 시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화물차 등 중량이 무거운 차량과 오래된 차량은 제동력이 떨어지는 데다 눈이나 비가 내려 도로가 젖어 있으면 본래 제동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경사로 사고 대부분이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

 

운전자들이 하준이법을 제대로 알고 지킬 수 있게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경사진 주차장 주의사항’ 안내판과 고임목함 설치도 반드시 하도록 해야 한다.

경기도내 경사진 주차장은 308곳으로 확인됐다. 해당 주차장은 올해 말까지 안전설비 정비를 완료할 예정이라는데 명확한 기준이 없어 민원 발생 소지가 있다.

 

모호한 법이 문제다. 주차장법 개정안과 도로교통법 시행령은 ‘경사진’이란 조건을 내걸고 있는데 경사 각도부터 고임목의 개수, 종류 등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아 추상적이다. 때문에 법 준수도 그렇고, 단속 기준이 애매하다. 법 시행령 개정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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