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정치후원금 전쟁

연말이면 여의도는 정치후원금 모금 열기가 뜨겁다. 밀린 법안, 예산안 처리 등 민생과 나라살림 챙기기보다 후원금을 모으는 ‘쩐(錢)의 전쟁’에 더 몰두하는 모습이다.

 

국회의원들은 정치자금법에 따라 후원금을 모금할 수 있다. 올해는 지역구가 있는 국회의원은 3억원의 모금이 가능하다. 평년에는 후원금 한도가 1억5천만원이지만, 올해처럼 대통령선거나 지방선거가 있는 해에는 2배 더 많은 모금이 가능하다. 올해 후원금은 내년부터 본격적인 총선 채비에 나서야 하기 때문에 국회의원 300명이 사활을 걸고 뛰고 있다. 일찍 목표를 달성한 의원도 있고, 실적이 저조해 비상이 걸린 의원도 있다. 정치자금이 힘 있는 곳에 몰리다 보니 ‘빈익빈 부익부’가 나타난다.

 

국회의원 연봉은 1억5천만원이 넘는다. 많은 국민이 높은 연봉에 특혜도 많은데, 왜 후원금까지 거둬 들이는지 못마땅해한다. 정치인에 대한 불만, 정치에 대한 불신이 높아 후원금 모금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는 국민의 생각일뿐, 국회의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후원금 모금에 여념이 없다.

 

지역구 의원들은 많은 후원금이 필요하긴 하다. 지역주민에게 의정활동 보고를 하는 데만 연간 문자메시지 비용으로 수백만원에서 몇천만원이 쓰인다. 지역구 사무실 운영과 인건비, 현수막 제작 등에도 상당한 예산이 들어간다. 한국의 정치문화는 돈이 많이 들어가는 구조다.

 

후원금 모금을 위한 국회의원들의 행태는 다양하다. 가장 많은 것은 홍보형이다. 국정감사 우수의원 선정, 공약 실현 등 의정활동 성과를 세일즈하는 것이다. 읍소형도 있다. “통장이 텅 비어 있으니 마음마저 쓸쓸하다. 한 푼 줍쇼”(정청래 의원), “군자금이 부족해 보좌관들과 매일 김밥만 먹고 있다”(김용민 의원) 등 노골적으로 호소한다. 진영 논리에 편승해 강성 지지층에 호소하는 사례도 있다.

 

정치인의 후원금 사용은 예전에 비해 투명해졌다. 하지만 시민·연구단체 등에서는 정치자금 공개 범위 확대 및 인터넷 상시 공개를 주장하며 관련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응답이 없다. 정치, 정당, 국회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정치자금에 대한 투명성과 개방성 확대가 필요하다. 그래야 후원금도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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