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태양 아래··· 희망찬 기운 물들다
기대도, 아쉬움도 많았던 2022년이 저물어 간다. 2022년 마지막 일몰을 보며 한 해의 아쉬움을 털어버리고 2023년 첫 일출을 보며 의지를 다져보는 것은 어떨까. 경기도내 일몰·일출 명소를 찾아봤다.
■ 설레는 마음으로 맞이하는 2023년... ‘수종사’와 ‘독산성·세마대지’로
북한강과 남한강의 강줄기가 하나된 모습에서 한 폭의 산수화를 떠올리게 된다. 운길산에 자리한 남양주 수종사는 세조가 집권하던 1459년에 지어졌다고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 두물머리를 바라보면서 맞이하는 일출은 도내에서 손꼽히는 절경이다. 선조들은 일찍이 절을 둘러싼 경치를 두고 칭찬을 마다하지 않았다. 실학자 다산 정약용은 ‘군자의 세 가지 즐거움(군자유삼락·君子有三樂)’에 빗대 수종사에서의 즐거운 경험을 풀어냈다. 겸재 정선도 수종사와 운길산 자락의 경관을 화폭에 담아냈다.
새해 1월1일 이곳에선 오전 7시45분에 해가 솟아난다. 전망 좋은 터는 세 군데다. 500살 넘게 자리를 지켜온 은행나무 옆, 삼정헌 옆마당, 절의 최상단에 위치한 산신각이다. 이 중 산신각에선 두물머리와 산 능선으로 이어지는 장관을 만난다.
가슴을 가득 메우는 자연 경관을 보고 싶다면 오산의 독산성과 세마대지로 발을 옮기자. 독산성은 백제시대에 처음 쌓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오산과 수원, 화성에 고루 걸친 평야에 솟아 있어 사방이 한눈에 담겨 어떤 전망대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성벽을 따라 하늘과 자연을 만끽하다 보면 어느새 마음을 다잡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동문이 있는 보적사 뒤편으로 넘어가면 세마대를 만날 수 있다. 세마대는 이름처럼 ‘말을 씻긴 곳’이다. 임진왜란이 발발한 1592년, 이곳에 주둔했던 권율 장군이 왜군에게 포위되는 위기에 처하자, 산 위에서 흰 말에게 백미를 부어 말을 씻기는 시늉을 했다. 이에 멀리서 지켜보던 왜군이 산성 내에 물이 풍부하다고 착각해 퇴각했다는 일화가 있다.
성벽을 따라 나 있는 길은 완만한 평지에 가까워 거니는 데 힘들지 않다. 역사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이곳은 이제 관광객이 북적대는 신년 일출 명소가 됐다. 신년 해돋이를 볼 수 있는 시각은 오전 7시45분이다.
■ 아쉬웠던 마음 떠나 보내는 2022년... ‘궁평항’과 ‘왕송호수’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 화성시의 해안선 남쪽 항구인 궁평항에 들러 해넘이를 만끽하는 건 어떨까.
도내 유일의 국가 어항인 이곳은 200여척의 어선이 오가는 선착장과 해산물을 만날 수 있는 수산물직판장이 모여 있는 관광 명소다. 남쪽 방파제엔 해상낚시터 ‘피싱피어’가 있다. 풍광을 즐기는 전망대인 이곳에 저물녘 즈음 도착했다면, Y자형 다리에서 붉게 물들어가는 바다와 하늘에 몸을 맡겨 본다.
31일의 일몰 시각은 오후 5시25분으로 예정돼 있다. 이보다 일찍 도착해 궁평낙조길을 걷다가 선착장이나 방파제 끝에 자리한 정자 궁평루 근처에서 저무는 석양을 바라 보자. 불그스름하게 물드는 사람들의 얼굴과 자연 풍광들. 함께 일몰을 보러 온 사람들은 저마다의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 사진을 찍고 이야기를 나눈다. 이제 물어볼 시간이다. 나 자신에게, 또 옆에 있는 사람에게 한 해 동안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말이다.
차분한 마음으로 해넘이를 음미하고 싶다면, 의왕 왕송호수의 문을 두드려 보자.
70여년 전 의왕역 남쪽에 조성된 저수지로, 격변의 시기를 고스란히 버텨낸 곳이다.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저수지인 왕송호수는 한때 민물고기의 성지로 알려져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이후 건물 개발 등 환경 변화로 인해 수질이 악화되고 방치되기 시작했지만,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시민들의 일상과 함께하는 생태 호수로 거듭났다.
차량이 없어도 좋다. 의왕역에서 20여분 걷다 보면 어느새 왕송호수의 평화로운 정취에 물드는 느낌을 받는다. 올해 마지막 날 이곳의 일몰 시각은 오후 5시23분으로 예상된다. 해가 뉘엿뉘엿 수면에 녹아드는 시간대를 잘 골랐다면 원목 그네의자가 놓인 호숫가에서 사색에 잠겨 보자. 고요한 호수를 앞에 두고서 저무는 한 해를 돌아본다. 호수에 이는 파문, 반짝이는 윤슬 속에서 지난날을 돌아보고 다가올 날을 그릴 여유를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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