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창래 (사)경기도전통음식협회장은 최근 남다른 배추로 특별한 김장 담그기 행사를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우리 문화 적응에 어려움을 느끼는 다문화가정·북한이탈주민 등 소외계층과 함께 김장을 했는데 재료가 배추가 ‘전통 조선배추’였기 때문이다.
노 회장은 전통 음식을 보존하기 위해 수원시향토음식연구회를 시작한 15년 전 부터 조선배추로 김장을 했다. 그는 “조선배추는 1800년대까지 선조들이 먹던 배추인데, 일반배추와 달리 길이가 50~100cm에 달하며 자체적인 ‘갓김치’ 향과 질감이 있는 게 특징”이라며 “현재 우리가 먹는 일반배추는 중국에서 들어온 ‘결구배추’다. 우장춘 박사께서 품종개량에 성공해 현재는 속이 꽉 찼지만, 그전에는 배추 속이 노랗고 꽉 차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조선배추를 파는 곳이 없어 노 회장은 김준옥 협회 수원지회장, 이상란 수원시전통음식연구회장과 직접 씨앗을 심고 재배해 김장 나눔에 사용하고 있다. 노 회장은 “대량으로 재배하지는 못하지만 조금이나마 씨앗을 뿌리고 배추를 거둬들이면서 조선배추의 명맥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재 그가 몸담고 있는 (사)경기도전통음식협회는 지난 2008년 수원시향토음식연구회로 시작해 2016년 설립됐다. 노 회장은 “경기도 향토 음식을 연구·보존하고 지역주민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나누는 100여명의 회원이 있는 ‘봉사단체’”라고 표현했다. 김치를 포함해 고추장, 된장 등의 음식과 발효식품을 매해 1천200~1천400명의 사람들에게 나눈다.
그가 경기도 향토음식 보존에 나선 것은 고유한 우리 음식에 대한 애정어린 마음에서였다. 노 회장은 20여년 전, 호텔과 웨딩홀을 운영하는 사업자였던 그는 손님에게 나가는 샐러드나 스테이크 등 서양 음식을 보며 전통음식을 연구하며 정체성을 지키고,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단 생각을 했다. 향토음식에 관한 관심은 자연스레 커졌다. 사업을 그만둔 그는 수원시향토음식연구회를 열어 향토음식 발굴에 앞장서며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나눔을 이어왔다.
노 회장은 새해에도 잊혀가는 전통 음식을 연구하고 알리며 나눔을 이어갈 예정이다. 그는 “올해도 늘 그랬던 것 처럼 문헌에 기반한 경기도의 향토 음식을 발굴하고, 북한이탈주민·다문화가정·홀몸어르신 등 나눔이 필요한 이들에게 봉사를 이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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