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의힘, 수도권 팔이 하지 말라/윤상현·안철수·주호영, 다 똑같아

‘안철수·경기도’ 인연은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오른다. 그의 기업인 안랩이 성남을 기반으로 컸다. 수원에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도 지냈다. 가까이는 지난해 6·1 보궐선거가 있다. 분당 유권자 62%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 이럼에도 안 의원을 경기도 정치인으로 보는 시선은 많지 않다. 이유는 전적으로 안 의원 본인에게 있다. ‘서울-경기’ 지역구 이동, 도민과의 접촉 부족, 지역정치와 따로 놀기 때문이다. 적(籍)만 경기도라 봄이 맞다.

 

그래서인 듯하다. 그의 ‘당대표 후보군 수도권 출마론’이 와 닿지 않는다. 앞서 윤상현 의원이 선창한 제안이다. 안 의원이 “후방에서 명령이나 하는 지휘부가 아니라 최전선에서 전쟁을 이끄는 지도자가 있는 나라가 승리한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공감을 표했다. 언론은 ‘친윤계에 반기’등의 의미를 부여했다. 당연히 경기도민, 인천시민의 호응이 따를 법했다. 하지만 냉랭하다. ‘수도권 자격이 없냐’고 되묻는 분위기다. ‘정치에 수도권을 판다’는 빈축도 꽤 있다.

 

수도권 주민의 거부감은 주호영 원내대표에도 같다. “우리가 지난번 선거 때 지역구를 많이 옮기는 바람에 오히려 우리가 자해 행위를 한 것이라는 평가가 있었다”고 했다. ‘당대표 후보군 수도권 출마론’을 반대한 것이다. 근거 없다. 문재인 정부 싹쓸이, 재난지원금 살포, 국정 농단 책임론 등이 맞물린 2020 총선 참패였다. 지역구 이동이 참패의 원인이 됐다는 얘기는 금시초문이다. 수도권에서의 승부를 외면한 것이다.

 

주 원내대표는 ‘수도권 비중론’을 처음 던진 사람이다. 지난해 12월3일 “(차기 당대표는) 의석수가 많은 수도권에서 대처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발언의 행간 의미를 두고 당내 파문까지 일었다. 한동훈 장관 차출론을 띄운 것이냐는 분석도 있었다. 그렇게 국민의힘 당 대표 선출 정국에 ‘수도권 중요성’을 화두로 던진 게 주 원내대표였다. 그랬던 그가 이번에는 ‘당대표 수도권 출마론’에 반대하고 나섰다. 어디까지가 그의 의중인지 헷갈린다.

 

지금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전은 영남권에서 돌아가고 있다. 울산 출신의 김기현 대표 유력설이 그렇다. 김기현 장재원의 ‘김장연대설’도 그렇다. 안팎에서 좌충우돌하는 유승민 전 의원도 영남이다. 적어도 지금 현재 판세가 그렇다. 이런 때 무슨 ‘수도권 출마 요구’를 말하고 ‘수도권 대처 카드’를 떠드나. 진정성 없는 거짓말이거나 가능성 없는 헛소리다.

 

서울·경기·인천의 의석은 121개다. 3년 전 민주당이 휩쓸었다. 국민의힘은 17개 얻었다. 지금 운동장은 더 기울었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경기도였다. 민주당 당대표가 경기도다. 국회의장도 민주당 출신 경기도다. 국민의힘은 여전히 경기도 없는 정당이다. 경기도에 맡겨진 어떤 역할도 안 보인다. 이대로 가면 총선 예상이 어렵잖다. 4년 전보다 더 한 참패, 아니면 4년 전과 똑같은 참패다. ‘수도권팔이’로 간이나 보고 있을 국민의힘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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