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 단 1곳... 외면받는 인천 ‘장애인 건강권’

중증장애인 6만명 육박하는데 ‘인천의료원’ 유일
대부분 장비없어 타지로 원정… 市 “보완책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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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인천 동구 송림동 인천의료원에 건강검진을 받기 위한 장애인들이 대기하고 있다. 박귀빈 수습기자

 

“장애인들이 편하게 건강검진을 받기에는 환경이 너무 열악합니다”

 

4일 오전 10시께 인천 부평구 부평동의 한 병원. 건강검진을 받으러 온 지체장애인 반금숙씨(60·여)는 휠체어를 탄 채로 X선 촬영을 할 장비가 없어 간호사의 도움으로 힘겹게 검사를 받고 있었다. 부인과 진료에서는 하반신을 고정시킬 장비가 없어 아예 진료를 포기했다. 반씨는 “병원에 장애인용 장비가 없어 제대로 검진을 받지도 못했다”며 “집에서 가까워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인 인천의료원이 아닌 이 곳에 어쩔 수 없이 왔지만 시간만 버렸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미추홀구 숭의동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다는 시각장애인 김준영씨(35)는 안내 전담 직원이 없어 주변 사람의 도움으로 어렵게 검사를 받은 기억을 떠올렸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검사를 마친 김씨는 병원 측에 검사 결과를 점자지로 제공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점자 프린터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김씨는 “앞이 보이지도 않는데 검진 결과 이미지 파일만 받았다”며 “민감한 사안인데 매번 친구에게 읽어달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인천에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이 턱없이 부족해 건강검진을 받으려는 장애인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인천시 등에 따르면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은 장애특성을 고려한 건강검진 서비스를 제공,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처럼 일반건강검진·암검진 등 국가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인천의 등록장애인은 15만585명(전체 인구 수의 5%)이지만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은 인천의료원 단 1곳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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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인천 동구 송림동 인천의료원에서 지체장애인 수검자를 이동식전동리프트 장비를 이용해 이동시키고 있다. 인천의료원 제공

특히 인천에는 5만3천801명의 1~3급 중증장애인이 있다. 이들은 일반적인 검진기기 등을 이용할 수 없어 일반 건강검진기관의 이용이 불가능해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 확충이 시급하다.

 

인천 유일의 장애 친화 건강검진기관인 인천의료원에만 휠체어체중계, 특수X선 촬영기계, 장애특화 신장계가 구비돼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직장에 종사하는 사람은 누구나 1~2년마다 건강검진을 받아야 해 장애인들도 건강검진을 받을 의무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의료기관이 까다로운 시설기준과 공간확보, 비용 문제로 사업에 참여를 하지 못해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 수는 늘어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인천의 장애인들은 서울이나 경기 등 타지역으로 원정 검진을 떠나는 처지다.

 

권선진 평택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장애인들이 건강검진을 받지 않는 이유는 편의시설이나 의료진의 장애 인식 부족 등 때문”이라며 “접근성이 좋은 보건소나 대학병원 등에서 장애인을 수용하도록 해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장애인들이 건강검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며 “지자체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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