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아 관객들의 흥미를 사로잡을 한국영화들이 출격할 채비를 마쳤다. 개성 넘치는 연출가들과 탄탄한 출연진, 다채로운 장르적 색채로 덧칠된 라인업이 기다리고 있다. 2023년의 극장가가 과연 코로나19 긴 터널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힘찬 기지개를 켤 수 있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1월을 수놓는 영화들을 알아봤다.
■ 그저 사람이기에, 사람을 구해야 하는 사람들…임순례 감독의 ‘교섭’
‘교섭’은 2007년에 벌어졌던 샘물교회 선교단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건을 모티브로 끌고 온 영화다. ‘세 친구’(1996년),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년),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8년), ‘리틀 포레스트’(2018년) 등으로 꾸준한 작품 활동을 이어 온 임순례 감독의 신작이다.
아프가니스탄으로 단체 입국한 한국인들이 피랍된 가운데 인질들을 구하기 위해 발로 뛰는 이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인질 구출을 둘러싸고 오가는 사람들 사이의 생각과 고민들, 생명에 대한 의지가 극에 녹아 있다.
부패한 형사, 속을 알 수 없는 무당, 의리에 죽고사는 조직 폭력배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캐릭터를 선보였던 황정민 배우가 ‘교섭’에선 협상에 능한 외교관으로 분했다. 합을 맞추는 인물은 국정원 요원 역을 맡은 현빈이다.
사회 중심부에서 벗어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명했던 임순례 감독의 영화인 만큼 인간과 인간 사이의 감정들 그리고 관계에서 피어나는 다양한 사연들이 맴돌고 있다. 임순례 감독과 황정민 배우의 재회로 화제를 모은 ‘교섭’은 오는 18일 개봉한다.
■ 긴장의 끈 놓을 수 없는 일제강점기, 투쟁과 대립과 연대로 무장한 캐릭터 열전…이해영 감독의 ‘유령’
‘독전’(2018년)으로 독특한 인간상을 그려냈던 이해영 감독의 신작 ‘유령’은 오는 18일 극장가를 찾는다.
조선총독부에 잡입한 항일조직의 스파이들이 활동하던 무대인 1933년의 경성. 이곳에서 첩보원 ‘유령’들이 총독 암살을 시도하는 과정을 둘러싸고 첩보극과 추리극을 뒤섞어 놓은 듯 장르 쾌감의 현장으로 초대하는 ‘유령’은 어느샌가 정해진 목표를 향해 내달리면서 관객들을 안내한다.
끝없는 의심과 고뇌가 오가고, 수도 없는 대립과 연대가 이어지는 상황이 탄탄한 배우진의 호연 덕에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설경구, 이하늬, 박소담, 박해수, 서현우 등의 라인업이 관객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유령’은 장르 영화의 쾌감을 주입하는 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시대의 흐름과 결부된 서사의 굴곡에서 투쟁을 마다하지 않았던 인물들이 품었던 가치를 음미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각기 다른 사연을 짊어진 인물들의 모습을 만끽하는 캐릭터 열전의 묘미 또한 놓칠 수 없는 감상 포인트다.
■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인간과 로봇의 관계…연상호 감독의 ‘정이’
기후변화와 자원고갈로 인해 인류는 지구를 버리고 우주에 터전을 마련해서 살고 있다. 혼란스러운 근미래를 그려내는 영화는 연합군 소속의 전설적인 용병이었던 정이가 인공지능 로봇 용병으로 다시 태어나면서 벌어지는 갈등을 담아낸다.
‘정이’의 연출을 맡은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2016년), ‘염력’(2018년), ‘반도’(2020년), ‘지옥’(2021년) 등을 통해 현실과 맞닿아 있지만 어딘가 뒤틀린 세계관을 만들어 왔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가 어떤 세계를 만들어냈을지 주목된다. 인간과 로봇의 결합, 그에 따라 불거지는 정체성의 문제, 인공지능의 활용도를 둘러싼 갈등을 다룬다는 점에선 영화 ‘로보캅’이나 ‘공각기동대’의 흔적이 느껴진다.
오는 20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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