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시대의 변화, 복지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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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인천시사회서비스원 정책연구실장

중고교생 시절, 연말이면 불우학우돕기 성금을 모으곤 했다. 그 ‘불우한 학우’가 누구인지 뻔히 알 수 있는 경우도 많았다. 아버지를 갑자기 여읜 탓에 가정형편이 어려웠던 동갑내기 교수 한 분은, 급우들이 십시일반 모아준 쌀을 받은 적도 있다고 한다. 여러 쌀이 섞여 있던 탓에 밥 짓기에는 적당치 않아떡을 해 먹었다던가.

 

다분히 폭력적이기조차 한 이런 방식의 지원은 이제 교육현장에서 찾아볼 수 없다. 사회적 낙인감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 돼서이기도 하지만, 좀 더 근본적인 이유는 2010년 지방선거를 계기로 본격화된 무상급식, 잇달아 지자체에서 도입한 교복비 등 각종 교육복지 지원, 무엇보다도 2021년 고등학교 전 학년까지 확대된 무상교육 등으로 인해 어린 학생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부작용을 감수하면서까지 학내에서 성금을 모을 필요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교육복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복지는 지난 수십년간에 걸쳐 모든 분야에서 크게 변화해 왔다. 생활보호법을 폐지하고 2000년부터 시행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대표적이다. 이 법은 단순히 저소득층 지원방식의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았다. 생활보호대상자를 기초생활수급자로 바꿔 부름으로써 국민을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수급의 권리를 가진 주체’로 바라보는 복지 패러다임의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왔다. 이 법을 근간으로 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2015년 맞춤형 급여 도입과 2021년 생계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완료 등, 지속적으로 발전했다.

 

읍면동사무소는 2007년 주민센터로, 2016년에는 행정복지센터로 이름이 바뀌었다. 주민과 가장 가까운 행정기관에 ‘복지’라는 용어가 포함된 것은 복지가 얼마나 우리 생활 속으로 깊이 들어왔는지를 보여준다. 1987년 49명의 사회복지전문요원으로 시작한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은 2만7천명 가까이로 늘어났다. 2017년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 정책을 통해 확충되기 시작한 간호직 공무원들도 코로나19 대응으로 인해 잠시 주춤하기는 했으나 이제는 속속 읍면동으로 돌아와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

 

복지는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이니 ‘늘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여전히 있기는 하다. 하지만 복지정책, 복지제도, 가장 중요하게는 복지를 바라보는 시민의 시각이 좀 더 권리지향적이고 보편적이고 통합적인 방향으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사회적 위험에 대한 공적 대응으로서 사회복지의 본질은 변하지 않겠지만, 그 본질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은 시대에 따라 계속 달라져야 한다. 2023년의 첫 달, 올해 시작해야 하는 변화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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