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음식’도 배달시대… 주부들 ‘설 증후군’ 해방

 4인 기준 30만원이면 ‘OK’...최근 음식수 18가지로 줄인
‘간소화된 차례상’ 큰 인기...주문하면 다음날 집앞 배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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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차례상. 경기일보DB

 

#1. 수원의 한 차례음식 배달 전문업체는 설 명절 ‘대목’을 앞두고 벌써부터 분주하다. 가게는 이날 배송을 완료해야 하는 차례상에 올라갈 나물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평소에 들어오던 주문도 이번 설을 앞두고 2배 가까이 늘었다. 해당 업체 대표 A씨는 “가족들과 함께 편하게 쉬며 설 연휴를 보내려는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시댁 식구들 몫까지 함께 주문하는 등 배달 물량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2. 성남에 사는 40대 B씨는 이번 설 역시 차례음식을 배달 전문 업체에 예약했다. 장 보고 요리하는 시간도 아끼고, 가격도 합리적이라 ‘일석이조’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들 가족은 3명이라 차례상을 배달업체에서 ‘통째로’ 구입하면 필요 이상으로 많은 음식을 살 일도 없어 돈도 절약할 수 있다. 그는 “지난해부터 차례상 배달을 애용하는데, 모든 면에서 만족해 앞으로도 자주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가오는 설 명절을 앞두고 번거롭게 상을 차려야 하는 대신, 간편하게 차례상을 통째로 집 앞까지 배달해주는 ‘차례상 배달업체’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차례음식 배달 업체들의 차례상 가격은 4인 기준 30만원 안팎으로 형성돼 있다. 이들 업계에서 선보이는 차례상 규모는 2~3인용부터 10인용까지 다양하고, 최근에는 차례상 재료 품목을 28가지에서 18가지로 대폭 줄인 ‘간소화된 차례상’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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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수원의 한 차례음식 대행업체에서 업체 관계자가 음식을 만들고 있다. 김건주 수습기자

 

업체들은 대부분 전날까지 온라인으로 주문을 받으면, 당일 오전에 음식을 만들어 오후에 집 앞까지 배송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소비자들도 대형마트나 전통시장을 돌며 재료를 사고, 음식을 일일이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어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고양의 한 차례음식 배달 업체는 지난 추석 대목을 통틀어 약 200상을 주문 받았지만 최근 2배 가까이 주문량이 늘었다. 특히 업계에 따르면 최근에는 젊은 층뿐만 아니라 기성세대의 차례상 주문도 상승하는 추세다.

 

도내 한 차례음식 배달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배달 차례음식이 시장이나 마트에서 장을 봐도 배달 음식과 가격 면에서 별반 차이가 없다”며 “같은 값이라면 기왕이면 편하게 쉬면서 보내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주문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고물가 상황, 차례상 간소화 움직임 등과 맞물려 실속 있게 음식을 준비하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며 “이제는 며느리들이 많은 양의 음식을 장만하는 모습도 머지 않아 옛 모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물가협회에 따르면 4인 가족 기준 올해 설 차례상 비용이 지난해(24만290원)보다 5% 증가한 25만4천300원으로 집계됐다. 한파와 폭설로 생산량이 감소한 나물·채소류 가격이 전반적으로 올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일례로 시금치(400g)는 작년보다 40.5% 오른 3천190원에 판매돼 나물·채소류 중 상승폭이 가장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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