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세사기 정부책임도 커, 법•제도 정비 시급하다

‘빌라왕’ 사건 같은 전세사기 피해자 10명 중 7명(68.8%)이 2030세대라고 한다. 국토부가 경찰청에 수사 의뢰한 전세사기 사건 106건의 피해자 중 30대가 50.9%, 20대가 17.9%를 차지했다. 부동산 거래 경험이 적은 20, 30대가 전세를 얻는 연립·다세대주택에 피해가 집중됐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은 서울지역 52.8%, 인천 34.9%, 경기 11.3% 등 수도권에 많았다.

 

전세사기를 당한 피해자 대부분은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청년층, 취업준비생, 신혼부부 등이다. 피해자들에게 전세보증금은 전 재산이나 다름없다. 빚을 낸 사람도 많다. 이들이 전세금을 날리면 빈곤층으로 전락할뿐 아니라, 희망마저 무너져 내리게 된다. 정부가 전세사기범의 엄벌과 함께 피해자 구제에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다.

 

지난 10일 전세보증금 피해 세입자들을 대상으로 한 2차 설명회가 열렸다. 국토부는 이날 전세사기 피해액이 1조원을 넘었다고 밝혔다. 설명회에 참석한 피해자 80여명 대부분은 2030세대였다. 피해자들은 미래를 위해 준비했던 계획이 물거품이 됐다고 하소연했다. 전세금을 어떻게든 받아야 한다면서 눈물 짓는 사람도 있었다. 법·제도에 허점이 많아 전세사기를 당했다고 분노한 사람들도 있었다.

 

설명회엔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피해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보험에 가입한 이들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돈을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은 돈을 온전히 돌려받기 어려울 수 있다. 세입자들은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하려 해도 제도상 허점이 있어 못한 경우가 있다. 전세보증보험에 가입돼 있어도 전세사기가 끊이지 않는가 하면, 보증금을 돌려받는 과정도 쉽지 않다.

 

인천 미추홀구에 사는 피해자는 전세계약 체결 전에 임대인이 ‘악성임대인’인지 알 수 없었다. 계약 뒤 보증보험 가입 절차를 밟게 돼서야 임대인이 ‘블랙리스트’라는 것을 알았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가입을 거절당했다. 결국 보증보험을 들지 못해 전세금을 돌려받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지난해 10월 숨진 빌라왕 김모씨는 종합부동산세 등을 60억원 넘게 체납했는데도 주택 1천139채를 보유했다. 수십억원의 세금 체납에도 주택을 맘대로 보유할 수 있는 제도 또한 문제가 크다.

 

전세사기범들이 활개를 칠 수 있었던 데는 정부 책임도 크다. 현행 법·제도의 허점이 전세사기의 배경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임대차 계약 전 단계를 검토해 전세사기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정부가 아직도 검토 중, 추진 중, 예정 중이란 말만 한다”며 속터져 한다. 정부는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피해자 구제를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허술한 법과 제도 정비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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