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2023년 올해의 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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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태 수원가톨릭대 교회법 교수

매년 새해가 되면 많은 이들이 사주팔자를 통해 자신의 운세를 내다 보려 한다. ‘올해에는 대박이 났으면’, ‘올해에는 좋은 일만 있었으면’ 하고 자신의 미래에 기운을 불어넣어 줄 운세를 기대한다.

 

그러나 누구나 매번 좋은 운세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또 좋은 운세가 나왔다 해서 좋은 결과로만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명리학이 지닌 일종의 공식에 따라 사람의 운을 예측할 수 있을 뿐, 사람의 미래에는 여러 변수가 깔려 있고, 그 운세를 다스리는 마음가짐과 처신 또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명리학에 따르면 같은 날 태어난 쌍둥이일지라도 각자에게 주어진 환경에 따라 다른 삶을 살 수밖에 없다.

 

송강호 배우가 관상가 역할로 등장하는 영화 ‘관상’에 이런 말이 나온다. “난 사람의 얼굴을 봤을 뿐, 시대의 모습을 보지 못하였소. 시시각각 변하는 파도만 봤을 뿐, 파도를 움직이는 바람을 봐야 했는데! 파도를 만드는 건 바람인데 말이오!” 사람이 파악할 수 있는 것 그 너머에 사람의 힘으로 파악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다.

 

성경에서도 “바람은 불고 싶은 데로 분다”(요한 3장 8절)고 이야기한다. 쉽게 말해 만사가 우리의 뜻대로만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 바람의 방향을 살피고, 그 바람을 주관하는 이의 의도를 헤아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바람이 생기게 된 원인과 바람이 초래할 결과, 그리고 수많은 변수까지 인간이 모두 파악할 수 없지만 과학기술의 발달로 바람이 어디서 불고 어디로 가는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또 뜻하지 않은 자연재해 앞에 인간은 무력하고 나약한 존재이지만 기후변화에 따른 재난 발생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그 변화를 관찰하고 예측하려 한다. 누구든지 죽음의 순간을 알 수 없고 통제할 수 없지만 의료기술의 발달로 사고와 병으로 인한 고통을 어느 정도 치료할 수 있다. 보이는 것 그 너머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있음을 감지할 수 있고 동시에 인간은 그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만약 누군가가 미래를 알고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미래를 안다는 것은 미래가 미리 정해져 있으며, 미래를 완전히 바꿀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하지 않게 한다. 이것이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들은 인간에게 닥칠 미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체념해야 한다고 결론짓는다. 미래를 아는 이는 추앙받을 것이고, 급기야 그는 종교를 만들고 신이 되려 할 것이다. 절대적 운명론을 믿는 현대판 사이비종교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미래를 아는 것과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다른 일이다.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미래가 고정불변한 것이 아니며, 우리가 예상했던 것과 다른 길로 흘러갈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래서 적어도 부분적으로나마 미래를 짐작하기 위해 과거를 살피고, 과거에 했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는다. 2023년 운세에 대해 누군가의 조언을 듣기보다 자신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고 겸손하게 자신의 삶을 스스로 완성해 나가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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