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평범한 알바로 위장, 증거수집 어려워... 단속·처벌 ‘난항’

카페·노래방 등 아르바이트 빙자...공고에 직접적 알선·권유 언급 없어
경찰 적발 어렵고 수사 자체도 난해...“녹취자료 등 명확한 증거 확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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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아르바이트를 가장한 변종된 형태의 성매매 알선·권유 범죄가 활개치고 있지만 단속이나 처벌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국가법령정보센터의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처벌법)’에 따르면 친족관계, 고용관계 등 다른 사람을 보호·감독하는 것을 이용해 성을 파는 행위를 하게 한 사람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처럼 고용관계를 이용해 성매매를 알선하는 사람에 대한 처벌이 명확히 명시돼 있지만, 아르바이트 구인을 빙자한 신종 성매매 알선의 경우 적발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성매매 처벌은 주로 경찰의 단속과 피해자들의 신고를 통해 이뤄진다. 하지만 아르바이트로 가장해 성매매를 권유하는 경우에는 아무런 증거가 남지 않기 때문에 경찰의 단속도 어렵다. 더욱이 현장에서 이 같은 제안을 받은 피해자들조차 단순히 ‘당황스러운 일’ 정도로 넘기는 경우가 많으며 면접 시 일일이 녹취자료 등 명확한 증거를 남길 수 있는 여건도 녹록지 않다.

 

이 같은 신종 성매매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성매매 알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인 공고부터 차단하는 것인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 아르바이트 구인 공고 등에 직접적인 성매매 알선·권유 등이 명시돼 있을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이를 모니터링해 시정 요구를 하고 삭제 명령을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신종 성매매 알선의 경우 공고문에는 카페나 노래방 등 평범한 아르바이트로 위장돼 있기 때문에 모니터링에서 적발되지 않는다. 특히 ‘여성전용 고소득 알바’ 등 누구나 성매매 관련 업종이라는 것을 떠올릴 수 있는 공고의 경우에도 직접적인 성매매 알선·권유에 관한 언급이 없다는 이유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도 제재를 할 수 없다. 이처럼 온라인상에선 별도의 증거를 찾을 수도 없고, 성매매 알선·권유에 관한 모든 것이 아르바이트 면접 현장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적발이나 수사 자체도 난해하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아르바이트를 가장한 성매매 범죄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피해자들의 신고도 없고 피해 사례가 구체적으로 특정되기 어려워 단속도 곤란하다”며 “구직자들은 이 같은 피해를 입었거나 구직 과정에서 성매매 알선이 의심된다면 구체적인 녹취 등 증거자료를 확보해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전문가 제언 “관계기관 앞장서 예방책 마련해야”

전문가들은 성매매 알선 방법이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되고 있는 만큼 경찰, 여성가족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관계기관이 나서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아르바이트 구직자는 대다수가 학생으로, 금전적인 유혹에 쉽게 빠질 수 있는 만큼 사전 예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현숙 서정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애플리케이션 등 나이 제한 없이 휴대전화로 누구나 성매매 알선 범죄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며 “더욱이 금전적으로 여유롭지 않은 대학생, 수능을 마친 수험생이면 아르바이트 자리가 간절해 한순간 성매매 알선에 이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오 교수는 “애플리케이션, SNS 개발자에게 위치, 고용주 정보, 업체명 등 명확한 구인·구직 정보를 기재하도록 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사전에 성매매 알선을 유도하는 아르바이트 글이 올라오지 못하도록 심의를 더욱 강화하는 등의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영미 사단법인 사람과평화 이사는 “평범한 아르바이트로 속여 성매매를 알선하는 것은 이미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치밀하게 조직적으로 덫이 꾸려진 상태”라며 “특히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상황에서 성매매 알선을 당했다면 이미 쉽게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 됐을 것이며 고용주들은 이를 악용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어린 학생들까지 피해를 입지 않도록 철저한 성인인증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고 여성가족부는 구직사이트 사전 모니터링을 비롯해 수사당국과 공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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