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분야에서 상급자가 되는 것이 ‘출세’라고 생각하세요? 남에게 칭송받고 높은 직책을 누리는 것이 ‘명예’라고 생각하세요? 마음대로 쓸 만큼 재산을 모으는 것이 ‘재물’이 풍족하다고 생각하세요?
이런 물음에 ‘그럼, 물론이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고개를 갸우뚱하며 ‘아닌 것 같다,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문구는 해인사가 ‘진정한 출세(出世)’란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 보자며 고시 준비생을 위한 잡지 ‘고시계’ 2023년 1월호에 낸 광고다. ‘가야산 해인사’라고 적힌 일주문 사진을 배경으로 한 글에는 ‘생로병사를 겪는 인생의 본질과 의미를 알고 세상사의 부질 없는 탐욕을 벗어나 자유와 자비의 삶을 사는 출가인이 진정한 출세입니다’라고 적혀 있다.
‘가야산 해인사로 오십시오’라는 문장이 적힌 이 광고는 해인사가 출가를 권유하기 위한 것이다. 고시계란 잡지에 낸 것은, 고시생과 사찰의 인연이 깊기 때문이다. 예전엔 고시 준비를 위해 속세의 유혹을 끊고 공부에 전념하기 위해 절에 머물렀던 고시생들이 많았다.
해인사가 출가자 모집 광고를 낼 정도로 출가자가 급감했다. 지난해 조계종 출가자는 61명이다. 1999년 532명에 이르렀으나 급격히 줄고 있다. 요즘은 사찰에서 ‘행자는 천연기념물’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승가대학에선 학생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조계종은 2017년 12월 처음으로 ‘출가자 구인 광고’를 낸 바 있다. 한 해 출가자가 100명 이하로 줄어들지 모르는 위기감에 내놓은 응급처방인데 이미 두 자릿수가 됐다. 당시 조계종은 ‘내 생에 가장 빛나는 선택, 출가’라는 포스터를 제작해 홍보에 나섰고, 주거나 의료, 교육과 함께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도 제공한다고 했다.
저출산 고령화 여파는 불교계에도 불고 있다. 오전 3시에 눈을 떠 4시 예불을 시작으로 정진하고 또 정진해야 하는 엄격한 수행 생활을 받아들일 사람도 거의 없다. 불교계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될지 주목된다.
해인사의 출가자 모집 광고를 보면서, 세상에 태어난 ‘출세(出世)’의 의미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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