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4년 11월27일, 국회에서 벌어진 소위 ‘사사오입’ 사건은 대한민국의 정치사에 영원히 기억된 코미디였다. 자유당은 이승만 대통령의 장기 집권을 위해 3선 개헌안을 국회에 회부했다. 재적 국회의원은 203명이었고 개헌은 재적 의원 3분의 2, 그러니까 136명이 찬성해야 통과되는데 표결 결과 찬성이 135명으로 당시 사회를 보던 최순주 부의장이 ‘부결’을 선포했다.
그러자 자유당 강경파들은 수학 교수의 유권해석을 받아 재적 의원 3분의 2는 135.33이니까 소수점 이하는 지워 버리고 135가 맞다며 부결을 가결로 뒤집으라고 요구했다. 소수점 이하의 0.33은 사람으로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강경파의 궤변이었다. 결국 부결을 선포했던 최순주 부의장은 다음 날 같은 의사봉으로 가결을 선포했다. 그래서 자유당은 장기 집권을 하게 됐지만 ‘3분의 2’를 둘러싼 ‘도깨비 춤’ 같은 해석은 이 나라 정치사를 욕되게 하는 ‘좀비’가 됐다. 결국 자유당은 그렇게 잔꾀를 부리는 강경파에 의해 망하고 말았다.
그런데도 이 같은 ‘좀비’는 사라지지 않고 계속 진화해 왔다. 지난해 12월28일 국회 농수산위원회는 ‘이재명표’로 일컫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정부와 여당이 강력히 반대하는데도 단독 통과시켰다. 그러면 이 법안은 법사위를 거쳐야 하지만 법사위원장이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기 때문에 법사위를 거치지 않는 기발한 편법을 동원했다. 농수산위 19명 중 5분의 3, 즉 12명이 찬성하면 곧바로 국회 본회의에 상정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농수산위의 민주당은 11명, 1명이 모자랐다. 그래서 민주당에 있다가 위안부 할머니들 관계의 단체를 이끌면서 공금을 유용한 혐의로 수사를 받자 무소속으로 자리를 바꾼 윤미향 의원이 동원됐다. 12명을 채워준 것이다. 이렇게 해서 ‘이재명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보란 듯이 국회 본회의로 직행했고 절대 다수의 민주당 의원이 포진한 의회 통과는 ‘식은 죽 먹기’가 됐다. ‘5분의 3’은 68년 전 ‘3분의 2’ 개헌 때처럼 ‘숫자의 마술’을 보여줬다. 진화된 ‘좀비’다.
민주당은 이 같은 ‘숫자의 마술’을 지난해 4월 소위 ‘검수완박법’ 통과 때도 드라마틱하게 보여 준 바 있다. 법사위는 여야 의견이 크게 상충되는 법안의 경우 여야 3 대 3으로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해 심의하게 돼 있는데 민주당 소속 민형배 의원을 탈당시켜 무소속이 되게 한 다음 그를 야당 몫 3명 속에 집어넣었다. 소위 ‘위장 탈당’ 소동이 벌어진 것이다. 그러니까 야당 3명 속에는 여당이 1명 끼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표결은 하나마나 기울어진 운동장이 된 코미디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이렇게 해서라도 ‘검수완박법’을 통과시킨 것을 두고 검찰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이재명 지키기’를 위한 의회 폭거라고 비난했다. 그래도 이재명 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계속되고 급기야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검찰 소환까지 이르자 수사 검사의 이름과 사진을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민주당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영장 담당 판사와 재판을 맡을 판사 이름도 공개하겠다고 나섰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그렇게 믿을 국민이 얼마나 될까? 수사 검사와 판사 이름을 공개함으로써 겁박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소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팬덤 정치에 빠진 강성 지지자들은 그들 판검사에게 문자폭탄을 퍼부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야말로 정치의 ‘좀비’다. ‘사사오입’ 때부터 진화해온 정치의 ‘좀비’-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더 구체화되고 총선거가 가까워질 봄이 되면 ‘좀비’는 더 진화되고 극성을 부릴 것이다.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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