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 고령자들 질병·장애 고통... 월 30만원이 전부, 월세·식사 부담 찾는 가족 없는 외로운 명절나기
한 손에 선물 꾸러미를 들고 고향으로, 가족들에게 줄 선물 꾸러미를 들고 가는 모습이 딴 세상인 노인들이 있다.
설 명절을 이틀 앞둔 19일 오전 광명시 철산3동의 쪽방촌.
이 일대는 광명 주택재개발 지역으로 현재 이주가 진행 중인 곳으로 50여가구의 집이 맞대어 서로에게 의지하고 있었다.
70·80대 고령자인 주민 대부분은 만성 질환과 장애 등을 앓고 있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노령연금과 수급비로 쪽방 월세를 내며 겨우겨우 살아가고 있었다.
골목 안을 들어서니 인근 복지관에서 제공하는 점심으로 끼니를 때우고 집으로 돌아오던 이모 할머니를 만날 수 있었다.
여든 살이 넘었다는 할머니의 한 손에는 명절이라고 복지관에서 나눠준 인스턴트 죽과 사골국, 두유 등 요깃거리가 담긴 비닐봉지 하나가 전부였다.
할머니의 유일한 수입은 한달에 한번 정부에서 주는 노령연금 30만원 전부다. 딸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
월세에 전기세 등 공과금을 제외하면 하루 만원도 안되는 돈이어서 몸이 아프지만 인근 주민센터를 찾아 청소 등 공공일자리도 한달에 27만원을 벌어 근근이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30년 넘게 인근 쪽방촌에서 살다가 잠시 다른 곳에서 아들과 살았다는 할머니는 “아들이 저 세상으로 가 2018년부터 이곳으로 이사와 살고 있지만 딸도 사정이 좋지 않아 명절에 오지 못할 것 같다”면서 힘든 걸음을 내딛었다.
이곳에서 10년을 살았다는 최모 할아버지는 “혼자 살고 있는데 명절이 오는게 싫다”면서 “아들이 둘인데 도움 받는 것도 10원 없고 1년에 한두번 얼굴 볼까 한다”고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했다.
할아버지는 “개발로 3월 말이면 이사가야 해 하루하루가 불안해 잠이 오지 않는다”면서 “기초수급자가 되려면 아들 포기 각서를 받는다고 해서 연금 30만원으로 생계를 해결하고 있다"면서 “명절은 커녕 이제 어디로 가서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인근 소하1동의 또다른 쪽방촌은 고가도로 110여 개 판잣집엔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이곳도 개발이 예정되어 10여명의 노인들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30년 가까이 이곳에 살았다는 김모 할머니는 집 문을 두드린 기자에게 날이 춥다며, 방 한쪽에 자리를 내주었다. 부엌도 없어 방 한편에는 가스버너로 식사를 해결하시고 있었다. 방이 3개라고 해야 생활용품들이나 옷가지 때문에 두 명이 겨우 누울 수 있는 정도였다.
김 할머니는 “자식들이 저마다 힘들게 살고 있어 같이 살기 어려운 정도"라며 “아들 딸, 손주들이 이번 명절에 올지 안올지 모르지만 앉아서 애기할 공간도 없어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코로나 19 발생 후 처음으로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번 설 명절, 모처럼 맑은 날씨였지만 따스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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