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에도 폐지라도 주워 돈을 벌어야, 끼니 걱정을 덜 수 있습니다.”
설 명절을 앞 둔 20일 오후 5시께 인천 부평구 부평동의 한 고물상 앞. 박희두씨(60)가 폐지가 가득 찬 손수레를 고물상 바닥 저울에 올린다. 갑작스러운 한파로 영하 4도로 내려간 날씨에도 박씨는 집 밖을 나와 골목을 다녔다. 작업용 목장갑을 낀 박씨의 손은 쉴 새 없이 떨린다. 다친 손으로 온 종일 폐지를 수거한 탓이다. 박씨는 “10년전 사고로 신경에 문제가 생겼는데, 그 이후로 무거운 물건을 오래들면 이렇게 손이 떨린다”며 “다른 일은 꿈도 꿀 수 없고, 폐지수거가 유일한 내 일이다”고 했다. 이날 박씨는 새벽 3시부터 오후 5시까지 14시간 폐지를 주웠지만, 손에 쥔 돈은 고작 1만1천원이다.
이날 오후 7시께 서구 가좌동에서 만난 김정자씨(64)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김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달마다 32만원을 받지만, 끝도 없이 오른 물가에 이 돈으로 생활하기란 턱 없이 부족하다. 김씨는 “최근 폐지 가격도 많이 떨어져서 생활이 더 어려워졌다”며 “분식집에서 김밥 1줄을 사려고 해도 이제 2천원은 줘야하는 탓에, 늘 폐지를 주워서 생활비로 쓴다”고 했다. 김씨는 이날 6시간 가까이 골목을 다니며 손수레를 꽉 채워 60㎏의 폐지를 주웠지만, 고작 3천원을 벌었다.
지역의 폐지수집 어르신들이 설 명절에도 생계 유지를 위해 차가운 길거리에서 폐지를 줍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시고령사회대응센터에 따르면 지역 안 폐지수거 어르신은 약 3천120명이고, 이들 대부분은 기초생활수급자 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1일 노동시간은 평균 11시간20분, 평균 수입은 고작 1만428만원이다. 더군다나 최근 경기침체 영향으로 폐지 가격이 절반으로 떨어지면서 폐지수거 어르신들의 생활은 더욱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현재 폐지 가격은 1㎏당 60원으로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 가격인 127원보다 약 50% 하락한 수치다.
현재 인천시를 비롯한 군·구는 폐지 수집 어르신들에게 방한용품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폐지수집 어르신들의 생활을 지원할 일자리 및 재정 지원은 없다.
이상은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초연금 현실화를 통해 폐지수거 어르신들이 폐지수거를 하지 않아도 생계보장이 가능하도록 해야한다”며 “지자체는 폐지수집 어르신들을 위한 공공일자리를 확충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부평구 관계자는 “폐지수집 어르신에 대한 전반적인 지원에 대해서는 고민하고 있다”며 “조례 개정을 통해 폐지수집 어르신들의 보건·생활 등을 지원하기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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