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소개] 사람과 공간을 맴도는 건축 이야기…‘건축가가 사랑한 최고의 건축물’

image
'건축가가 사랑한 최고의 건축물' (크레파스북刊). 예스24 제공

“건축물을 보고 난 후 건축물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지만 우리는 그 장소를 떠난다. 즉 갖고 오는 것은 그 건축물에 대한 스토리다.…왜 그렇게 만들어졌는지 알아야 그 건축물에 가치를 부여할 수 있고 그 가치가 다음 작업에 좋은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건축가가 사랑한 최고의 건축물’ 中)

 

건축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시대의 이야기, 건축물이 세워진 이유, 건축물과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 등등. 여행을 하거나 관광 명소에서 유명한 건축물과 맞닥뜨릴 때 건축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건축물에 녹아든 사람과 지역의 이야기들을 발견할 수 있다. 

 

지난 18일 발간된 ‘건축가가 사랑한 최고의 건축물’(크레파스북 刊)은 건축을 통해 사람과 삶, 자연, 예술을 큰 폭에서 아우른다. 

 

책을 펴낸 양용기 교수는 독일에서 건축을 공부했고 유럽 등지에서 실무를 쌓은 뒤 현재는 안산대 건축디자인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집필도 이어가고 있다. 건축을 매개로 대중과 소통하는 방법을 늘 연구한다. 

 

저자는 책을 통해 건축물의 형태도 중요하지만 그 내면에 담긴 스토리에서 받는 감동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건축물을 읽어내기 위해 ‘사회 변화에 영향을 미친 정도, 언행일치, 스타일, 원조, 마무리’라는 본인만의 틀을 잡고 다양한 건축물에 대한 분석을 시도한다. 전 세계에 퍼져 있는 건축물 가운데 48곳이 저자의 기준에 따라 선정된 뒤 ‘자연, 도전, 구조 미학, 클래식’ 등 다섯 개의 소주제에 따라 분류됐다. 

 

친환경 요소가 건축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고 말하는 저자는 첫 챕터에서 자연을 품은 건축물에 주목한다. 먼저 1949년 미국 코네티컷에 준공된 필립 존슨의 ‘글래스 하우스’다. 사방의 벽면이 유리여서 내부에 있어도 바깥의 자연 속을 거니는 느낌을 받는다. 자연을 설계 요소 삼아 심미성을 살리려는 시도 속에서 오히려 아무리 아름다운 공간일지라도 자연과는 비교할 수 없다는 역설이 생겨난다. 저자는 존슨의 건축물을 이런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

 

자하 하디드는 곡선을 활용하고, 이오 밍 페이는 삼각형에 몰두한다. 이처럼 건축가들은 저마다의 스타일과 개성을 건축에 투영한다. 이런 맥락에서 저자는 2007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 준공된 장 누벨의 ‘루브르 아부다비’를 예로 들면서 건축가의 미학적 관점을 돋보이게 하는 선택에 주목했다. 사실 장 누벨의 작품에선 뚜렷한 형태의 경향성을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누벨은 바깥의 빛을 끌어들여 공간을 창조하기 때문에 빛 자체를 그의 스타일로 삼는 건축가로 볼 수 있다. 그의 건축물은 아랍 지역에 녹아든 문화적 상징에서 영감을 얻어 공간에 적용하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지역의 특성과 연계된 덕분인지 루브르 아부다비는 아랍문화권의 관광 명소가 됐다. 저자는 이 건축물에 대해 야자나무를 모티브 삼아 공간 내부에 빛이라는 물을 가득 채운 오아시스를 만들어냈다고 평한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이 책이 어느 건축물과 어떤 건축가를 최고로 칠 것인지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그저 책에 등장한 건축물은 모두 미래를 향한 하나의 징검다리일 뿐이며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시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건축물의 탄생과 준공에 얽힌 스토리를 통해 다채로운 토론과 비평이 오가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