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건너려면 경사로 육교를 지날 수밖에 없는데 눈만 오면 빙판길로 변해 위험합니다.”
최대 7㎝의 눈이 내린 26일 오전 10시께 인천 부평구 부평동의 신촌보도육교를 건너던 이문주씨(55)는 육교 난간을 잡은 채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긴다. 왕복 6차선 도로가 4갈래로 나뉘는 대로변인 탓에 주민 대부분은 길을 건너기 위해 육교를 이용한다. 이씨는 “횡단보도는 너무 멀어서 육교를 이용하는데, 겨울에 눈이 내릴 때마다 불안하다”며 “내린 눈을 그대로 두어 빙판길로 변할 때가 많다”고 했다. 이어 “지난달 눈이 많이 왔을 때는 넘어진 적도 있다”고 했다.
이날 오전 11시께 남동구 도림동의 도림육교 상황도 마찬가지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박준혁씨(35)는 “눈이 올 때는 지나가지 않는다”며 “집에만 있다가 오랜만에 나왔는데 육교를 건널 수 없어 다시 집으로 돌아가려는 참”이라고 했다. 이어 “이 육교에는 엘레베이터가 없어서 육교 경사로를 오르내리는 데, 눈을 안 치우니 이용할 수가 없다”고 했다.
인천지역 곳곳의 육교가 겨울철 제설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주민들이 통행에 불편을 겪고 있다.
인천시와 군·구 등에 따르면 인천의 보도육교는 총 65개이다. 이 중 38곳은 노약자와 휠체어 장애인 등 이동약자를 위한 경사로 형태의 육교다. 대부분의 육교는 차량 통행이 많은 대로변에 있어 횡단보도 등 대체 수단을 이용하기 어려운 곳이다. 육교는 구조물 특성상 지면의 열이 닿지 않아 눈이 쉽게 녹지 않는다.
그러나 관리주체인 기초지자체가 육교 경사로 제살작업은 따로 하지 않아 빙판길로 변한다. 이 때문에 보행자들의 편의를 위해 마련한 육교가 오히려 눈이 오는 날에 이용하지 못한다. 군·구 역시 수작업으로라도 눈을 치워야 하는 것을 알지만, 인력이 부족해 소홀히 하고 있다.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따른 제설계획에도 육교 제설작업은 따로 없다.
문현철 숭실대 재난안전관리학과 교수는 “육교는 어르신들이 주로 이용하고, 횡단보도가 없어서 생긴 곳이라 얼음이 얼면 건널 방법이 없다”며 “지자체에서 자율방재단·의용소방대 등 민간단체의 힘을 빌려서라도 육교와 같은 제설 사각지대를 더욱 촘촘히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부평구 관계자는 “겨울철 육교에서 미끄러지는 민원이 많다”며 “현실적으로 현장에 자주 나가서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육교의 제설 상황을 점검하는 등 사고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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