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괴 밀반출 40대, 하루 1억1천만원 ‘황제 노역’…법원, 1천100억원대 벌금형

인천지방법원. 경기일보DB

 

홍콩으로부터 몰래 금괴를 들여온 뒤 일본으로 밀반출한 40대 밀수범에게 1천100억원대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법원 선고에도 불구하고 이 밀수범이 벌금 납부를 거부할 경우, 하루 1억1천만원대의 이른바 ‘황제노역’을 할 가능성이 제기돼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인천지법 형사13부(호성호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관세 및 관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40)에게 에게 징역 1년에 벌금 1천101억원을 선고하고, 2천470억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금괴 운반책들을 모집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고, 밀반송한 금괴가 2천240억원이 넘는 거액이어서 죄책이 무겁다”고 판시했다. 다만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이 관련 법령에 위반된 것인지를 명확히 인식하지 못한 측면이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벌금을 납입하지 않으면 1억1천만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을 기준으로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고 주문했다. 벌금 미납자는 실형을 마치면 노역장에 유치한다. 현재 형법에서는 벌금이 50억원 이상일 경우 최대 3년까지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할 수 있다.

 

문제는 이번 사건처럼 벌금액이 크면 ‘황제 노역’을 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형법에 따라 최근 3년을 기준으로 A씨의 일당을 계산하면 1억1천만원을 넘어선다. 노역장에서 약 401억5천만원의 연봉을 받는 셈이다. 보통 노역의 일당이 1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A씨는 1천100배의 일당을 받는다. 형평성과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이유다. 황제 노역은 앞서 거액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재벌총수들에게도 적용,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기도 했다. 

 

전세준 법무법인 제하 대표변호사는 “황제 노역은 재벌가 등을 중심으로 예전부터 문제가 많았다”며 “유럽 쪽 국가들에서는 같은 죄를 저질러도 돈이 많거나 사회적으로 권력이 있는 사람들은 더 강한 처벌을 받는 것과 대조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반 서민들이 이번 사건처럼 큰 범죄를 저지를 기회는 사실상 존재하기 어렵기 때문에 형평성에 맞는 처벌을 위한 법 개정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A씨는 2016년 8월~2017년 4월 115번에 걸쳐 시가 2천243억원의 금괴 4천952개를 일본으로 밀반출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홍콩에서 금괴를 사들인 뒤 인천국제공항 환승구역으로 반입, 운반책을 통해 밀반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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