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녹아든 일터의 경험, 다양한 직업 가진 이들의 산문집 두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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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끄고 씁니다' (마음산책 刊)

책은 때때로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창구가 된다. 책을 통해 만날 수 없는 사람들과 마주치기 힘든 이들의 사연과 접속하는 놀라운 경험에 직면할 때도 많다. 사람들은 각자 치열하게 삶을 견뎌낸다. 그들은 과연 어떻게 살아가고 어떤 생각으로 삶을 이어가는 걸까. 어느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이 풀어놓은 진심, 음악인과 작가로 활동하는 한 사람의 인생을 담담한 산문집으로 들여다 봤다. 

 

■ ‘가족을 향해 렌즈를 들이민 사람의 진심’…양영희 감독의 ‘카메라를 끄고 씁니다’

카메라를 들고 한 가족의 삶을 따라갔던 사람이 있다. 자신의 내면과 주변을 맴돌았던 생각들을 정리하기 위해 그는 카메라를 잠시 내려놓고 펜을 들었다.

 

재일교포 2세 출신의 양영희 감독은 교사를 하다가 연극계에 몸담은 뒤 다큐멘터리의 영역에 발을 들였다. 그는 ‘디어 평양’(2005년), ‘굿바이, 평양’(2009년), 극영화 ‘가족의 나라’(2012년) 등으로 주목을 받아 왔으며, 최근작인 ‘수프와 이데올로기’(2022년)는 제13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았다. 그는 언제나 비극의 현대사 위에 쌓여간 애달픈 재일교포 가족의 서사에 주목했다.

 

지난해 10월 ‘수프와 이데올로기’의 개봉 시기와 맞춰 발간된 첫 산문집 ‘카메라를 끄고 씁니다’는 ‘디어 평양’ ‘굿바이, 평양’ ‘수프와 이데올로기’로 이어지는 과정 속에서 피어난 감정들이 고스란히 담긴 산물이다. 영화 바깥에서 벌어졌던 이야기들과 촬영 당시의 에피소드, 그때는 차마 말할 수 없었던 일화들 또한 한데 모여 책의 진정성을 받쳐준다.

 

양 감독의 진심이 눌러담긴 이 책은 단순한 기록물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그는 과거를 마주하려 애썼고, 잊지 않으려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을 되는대로 고민했다. 그렇기에 그가 새겨넣은 그의 다짐이 더욱 소중해진다. 개인이 마주했던 체험의 순간이 다수의 독자들과 공유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한 저자의 마음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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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노래' (마음산책 刊)

 

■ ‘관계’와 ‘선택’과 ‘창작’에 대한 고민들…이석원 작가의 ‘나를 위한 노래’

“세상에는 오직 본인만이 답을 정하고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그걸 스스로 정하고 깨우쳐가는 게 어쩌면 나 자신을 찾아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나를 위한 노래’ 中)

 

이석원 작가는 2009년 발간된 산문집 ‘보통의 존재’로 단숨에 문학계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런 그는 20년 넘게 밴드 ‘언니네 이발관’의 멤버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작가로 활동할 때 음악인의 경력을 드러내지 않는 편이지만 그의 글에선 자연스럽게 음악인의 삶 속에서 묻어나는 고민들이 반영되는 만큼, 그가 써내려간 글들을 마주하는 일은 저자의 삶을 이루는 궤적을 엿보기에 좋은 기회다.

 

관계와 선택 그리고 창작에 관한 화두를 풀어놓는 ‘나를 위한 노래’는 지난해 11월 출간됐다. 그가 진행한 강연의 내용을 재구성한 이 책앤 저자가 느끼기에 온전히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데 중요한 요소들이 담담한 어조로 실려 있다.

 

그가 출간했던 다른 산문집과 다르게 이 책은 작가의 입으로 풀어놓았던 이야기들이 문자로 정리되는 과정을 거쳤다는 점에서 독자들에게 생생한 체험의 장을 마련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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