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신분으로 3번째 검찰에 출석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이번에는 ‘민생 불안’ 카드를 방패로 꺼냈다. 3번째 출석의 목표를 '정치검찰에 의한 탄압' 강조와 함께 '민생 위기에 따른 국민 고통론'에 방점을 찍은 모양새였다.
10일 오전 11시22분께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동문 앞에 모습을 드러낸 이 대표는 차량에 탑승한 채 창문을 열어 현장에 있던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이어 오전 11시23분께 포토라인에 선 이 대표는 미리 준비한 입장문을 꺼내들고는 11분간 윤석열 정권을 향한 작심 비판을 쏟아냈다.
이 대표는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권력은 오직 국민만을 위해 사용돼야 한다”며 “국민의 고통을 해소하는 것이 바로 국가의 사명”이라는 말로 입장문을 시작했다.
그는 “무역수지는 IMF이후 (최장인)11개월 연속 적자이고, 경상수지는 1년 만에 3분의 1토막이 나 11년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며 “국제경제기구들은 대한민국의 경제성장률을 계속 하향조정하고 있고 우리 경제는 바닥을 알 수 없는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나. 경기악화의 직격타를 국민에게 돌리고 각자도생을 강요하고 있다”며 “물가부터 금리, 기름값까지 월급 빼고 다 오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최근 논란이 된 공공요금 인상과 전세사기 사건을 꺼내며 윤 정권의 무능으로 인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기·수도·난방비 폭탄으로 목욕탕 주인은 폐업을 고민하고, 이용자들은 집에서 빨래를 가져와 목욕탕에서 몰래 빨래를 하는 이런 기막힌 일이 2023년 대한민국서 벌어지고 있다”며 “비참하고 참담하다. 이게 나라냐라는 의문이 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민생에는 무심한 정권이 정치검찰을 동원해 정적죽이기, 전 정권 지우기에 칼춤을 추는 동안 곳곳에서 국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며 “국민의 불안과 고통 앞에 질서를 유지해야 할 공권력은 무엇을 하고 있는 중이냐”고 지적했다.
또 최근 아들의 퇴직금 명목으로 화천대유에서 50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은 국민의 힘 곽상도 전 의원에 대해서도 비판 수위를 높였다. 그는 “어떤 청년은 주 150시간 노예처럼 일해도 먹고 살기 조차 팍팍한데, 고관대작의 아들 사회초년생은 퇴직금으로 50억원을 챙긴다. 이게 윤 정권이 말하는 공정이냐. 평범한 청년들의 억장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이재명 죽이자고 없는 죄 만들 시간에 전세사기범부터 잡아라”거나 “이재명 잡아보겠다고 쏟아붓는 수사력의 10분의1이라도 50억 클럽 수사에 쏟아넣었다면 이런 결과는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날 이 대표는 입장문의 3분2 가량을 민생 관련 이슈에 대한 윤 정권의 대응을 지적하는 데 할애했다. 이는 위례신도시·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을 더이상 개인의 비위가 아닌, 윤 정권의 정적 제거 정도의 정치적 프레임으로 치부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할 수 있다.
한편 검찰은 당초 이날 이 대표에게 오전 9시30분까지 출석해 조사를 받는다면 추가 조사는 없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혀 왔다. 그러나 이 대표가 검찰의 출석 요구 시간보다 2시간 늦게 출석하면서 이번 조사에서도 양측의 대립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이날 조사를 위해 200장이 넘는 질문지를 준비했지만, 이 대표는 출석 과정에서도 “서면으로 답변을 대신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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