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 없는 인천 지하철 자판기… 시각장애인에겐 ‘그림의 떡’

인천 1호선 부평구청역·2호선 시청역 등 표기 ‘全無’
결제 카드단말기 위치 찾기도 어려워 결국 구매 포기
공사 “외부업체 공모 시 표기 조건 검토… 불편 최소화”

14일 오전 인천 부평구 인천지하철 1호선 부평구청역 안 자판기에 점자 표기가 없다. 황남건기자

 

“이게 음료 자판기는 맞나요? 카드는 어디에 대야 하죠?”

 

14일 오전 9시께 인천 부평구 청천동 인천도시철도(지하철) 1호선 부평구청역 승강장. 시각장애인 김준영씨(35)가 목이 말라 어렵게 자판기를 찾아 그 앞에 선다. 이온음료를 마시기 위해 자판기 버튼의 점자표기를 찾으려 2분이 넘게 더듬는다. 하지만 이 자판기에는 메뉴를 알리는 점자는커녕 자판기가 음료 자판기인지 생활용품 자판기인지를 알리는 점자도 없다. 결국 김씨는 구매를 포기하고 돌아선다. 

 

같은 날 남동구 인천지하철 2호선 인천시청역도 마찬가지. 음료 자판기에 점자 표기는 없었고, 카드 단말기의 위치를 찾기도 어렵다.

 

김씨는 “시각장애인들은 목이 말라도 혼자서는 자판기를 이용하기 어렵다”며 “점자표기가 있는 자판기들도 많은데 인천지하철에도 이제 생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인천지하철 역사 안 자판기에 점자 표기가 없어 시각장애인들이 자판기 이용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인천교통공사에 따르면 인천지하철 1·2호선에는 190대의 자판기가 있다. 하지만 이날 지하철 역 10곳의 자판기를 둘러본 결과, 단 1개의 자판기에도 점자표기가 없다. 

 

공사는 역 안 자판기에 점자표기가 있는지에 대한 현황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규칙 제2조 제1항 편의시설의 구조·재질 등에 관한 세부기준에서는 도시철도 역사 안 자동판매기의 조작 버튼에 품목·금액 등을 점자로 표시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공사는 자판기를 외부 업체에 공모를 통해 임차하고 있어 설치·관리의 주체가 아니라는 이유로 관리에 손을 놓고 있다. 공사가 발주하는 입찰 공고에도 점자표기가 있는 자판기 설치 등 기준을 마련하지 않았다. 

 

14일 오전 인천 부평구 경인국철 1호선 백운역 안 자판기에 점자 표기 스티커가 붙어 있다. 황남건기자

 

반면 경인국철 1호선 역사 안 자판기를 담당하는 코레일유통㈜은 지난 2015년부터 약 2천500대의 자판기에 장애인 전용 점자 스티커를 부착해 운영하고 있다. 인천지하철에도 시각장애인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자판기에 점자 표기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지혜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점자표기는 시각장애인들의 눈 역할을 하는 만큼 반드시 필요한 장치”라며 “임대 주체인 인천교통공사는 대중교통 시설의 자판기인 만큼 빠르게 조치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공사 관계자는 “자판기를 외부 업체에 임대할 때 점자 표기 조건을 넣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장애인들이 도시철도 역사 안 편의시설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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