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이런 기사가 오산시에서 떴다. 출산장려금 지급을 중단한다는 뉴스다. 도내 30개 시·군이 다 주는 출산장려금이다.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2천만원까지 준다. 오산시도 첫째 20만원, 둘째 50만원, 셋째 150만원, 넷째 이상 300만원을 줬었다. 2021년까지 들어간 돈이 연평균 6억원 이상이었다. 그걸 중단하면서 출산장려금 못 주는 유일한 지자체가 됐다. ‘출산 문제 경시’라는 비난을 샀다. 시가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간단했다. ‘예산 부족’이다.
예산이 남는 일은 없다. 늘 부족하다. 항목별로 살피면 더 다양하다. 영역마다 서로 부족하다고 난리다. 그래서 필요해지는 원칙이 선택과 집중이다. 이 원칙을 적용하는 최종 결정권자는 단체장이다. 출산장려금 중단을 무조건 비판할 순 없다. 그 결정에도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뒤늦게 기억을 되살리는 이유가 있다. 본보가 어제 보도한 삼미 공영주차장 운영 실태다. 무려 66억원을 들여 만든 주차장이다. 그게 텅 비어 있고 앞으로도 빌 것 같다.
2021년 오산시 내삼미동에 개장했다. 토지 매입비 46억원, 시설비 20억원이 들었다. 축구장(7천140㎡)보다 훨씬 넓은 8천872㎡다. 총 주차면수 212면이다. 자전거 거치대, 폐쇄회로TV 14대, 진·출입 차단기 등 장비들도 갖췄다. 개장 이후 2년간 운용 실태를 봤다. 하루 평균 이용객 50명이었다. 평균 수익금 하루 5천원이다. 66억원 들여 하루 5천원 버는 주차장이 됐다. 공공시설 가치를 영리로 평할 건 아니다. 하지만 이용자가 없는 것이 원인이라면 그건 문제다.
시가 개장하면서 공언했던 설명이 있다. ‘드라마세트장, 미니어처빌리지, 국민안전체험관 등의 방문객 주차 편의 제공을 위해서다.’ 드라마 세트장은 방문객이 거의 없다. 미니어처빌리지와 안전체험관은 자체 주차장이 있다. 거기서 다 소화하고도 남는다. 수요 예측이 틀린 것이다. 본안(本案)이 틀렸으니 지금 와서 대안(代案)이 마땅할 리도 없다. 인근 아파트 주민에게 공개하기로 했다. 월 6만원 정액제로 시행했는데 아무도 안 온다. 2년째 혈세만 먹고 있다.
바로 이 주차장을 지으면서 돈 없다며 끊은 게 출산장려금이었다. 연간 6억여원이 힘들다고 했다. 66억원이면 10년 치 출산장려금이다. 2032년까지 줄 수 있었다. 선택과 집중이라면서 퉁 치고 갈 문제가 아니지 않나. 누가 봐도 낭비고 오판이다. 한번쯤 조사하는 게 옳은 것 같다. 책임자였던 시장은 퇴임해서 없다. 실무를 담당했던 공직자들은 남아 있다. 왜 하필 그 땅이었는지, 46억 땅값은 적정했는지, 수요 예측이 빗나간 이유는 뭐였는지. 조사든 감사든 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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