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SL공사 경영참여, 30년 피해지역의 최소한 요구다

인천 서구 경서동 일대의 수도권매립지는 서울의 난지도쓰레기처리장이 넘쳐나면서 생겨났다. 지방자치가 아예 없던 1992년, 정부가 일방적으로 말뚝을 박고 광역매립지로 지정했다. 이후 서울·경기·인천의 온갖 폐기물들이 쏟아져 들어온 지도 30년이 넘었다. 강산이 세 번 바뀌도록 남의 동네 쓰레기를 받아내느라 인천이 치른 고통을, 서울 경기 주민들은 끝내 알지 못할 것이다. 처음 2016년이면 문을 닫을 것이라더니, 하염없이 이어지고 있는 수도권매립지다.

 

인천시가 환경부에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SL공사)에 대한 경영 참여를 공식적으로 요청했다고 한다. 그럴 만한 근거가 있다. 당초 수도권매립지 종료 예정이던 2016년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환경부와 인천시·서울시·경기도가 머리를 맞댔다. 이른바 ‘2015년 4자 협의체 합의’다. 그해 6월 4자는 선제적 조치 이행을 전제로 2016년 말 종료 예정인 수도권매립지를 추가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주요 선제적 조치는 이렇다. 환경부와 서울시가 보유한 수도권매립지 매립면허권 및 소유권을 인천시에 양도한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를 인천시로 이관한다. 주변 지역에 대해 실질적인 지원을 한다. 이 중에서도 매립지공사 인천 이관은 당시 가장 핵심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졌다. 이제 진짜 인천이 수도권매립지 문제를 주도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었다. 그러나 8년이 지나도록 그 합의는 아직도 허공을 떠돌고 있다.

 

인천시는 환경부에 보낸 공문에서 “SL공사 관할권 이행에 대한 지역 여론을 고려해, 매립지공사 경영 참여 등의 합의 사항이 이뤄질 수 있도록 수도권매립지공사법 개정 등에 적극 협조해 달라”고 했다. 인천시는 SL공사 이사회에 인천시와 서울시, 경기도 공무원의 비상임이사 참여를 요구했다. 인천시는 SL공사의 감사 추천권도 이번 요구 내용에 담았다.

 

인천시는 수도권매립지 종료 의제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이사회 참여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를 통해 대체매립지 확보나 SL공사의 인천 이관 문제 등을 풀어 나간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벌써부터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갑작스러운 요구여서 서울 경기와도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쓰레기 발생지 처리 원칙’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자명한 논리다. 이 원칙에 비추면 현재의 수도권매립지는 거대한 불합리다. 언제까지 뭉개고 못 본 체할 것인가. 인천의 SL공사 경영 참여는 30년 쓰레기 피해 지역으로서 최소한의 요구다. SL공사를 당장 넘기라는 것도 아니다. 충분히 합리적인 요구까지 외면하는 것은 속셈이 다른 데 있다는 반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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