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대기만 3개월 이상... 중증장애인 치과 찾아 ‘삼만리’ [뉴스초점]

중증장애인, 접촉 민감해 전신마취 필요한데, 진료 거부도... 제때 치료 못받아
도내 장애인 전담 치과 ‘4곳뿐’... “시·군마다 구강진료센터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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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상 이유로 전신마취가 어려운 중증장애인 A씨(30대·여)가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장애인치과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김건주기자

 

“이가 아파서 도저히 밥을 못 먹겠대요. 근데 진료 받으려면 3개월은 더 기다려야 하네요.”

 

고양특례시 일산동구에 거주하는 어머니 유진희씨(가명·40대)는 지난 2016년 여섯살이던 큰아들 최성문군(가명·13)을 데리고 처음 동네 치과의원을 방문했다.

 

중증 자폐성장애로 낯선 장소를 유독 겁내는 최군을 보고 치과에선 “우리가 치료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씨가 ‘상태만 봐달라’고 애원했지만 그마저 매몰차게 거절당했다.

 

유씨는 다른 어린이 치과로 걸음을 옮겼다. 상황은 비슷했지만 끊임없이 요청해 마침내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장애 아이를 둔 치과 원장이 이해해 준 덕분이다.

 

당시 상황을 떠올리던 유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낯선 환경에 몸부림치고 소리 지르는 중증장애인 진료에는 어른 3, 4명이 30분 이상 팔다리를 잡고 달래야 해 여건이 어렵다는 점을 이해한다”면서도 “그러면 우리 아이는 도대체 어디서 치료를 받아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해마다 유씨의 고민은 깊어졌다. 최군이 초등학생이 되면서 체격이 커지자 치과 진료가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여섯살 이후로는 번번이 진료를 거부당하기 일쑤였다.

 

유씨는 장애인 부모 커뮤니티를 수소문해 중증장애인도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서울의 한 대형종합병원을 찾아갔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진료 예약만 3개월, 치료를 위한 전신마취는 최소 6개월이 걸리며 한번에 70만원의 비용이 든다더라”며 “이마저도 다른 병원에서 피검사와 심전도 검사를 해와야 가능했다. 결국 피뽑기를 못하고 다시 치료해 줄 병원을 찾아다니며 하소연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지금 저희 가족의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15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중증장애인 전담 치과 역시 단 4곳뿐이다. 전국 장애인 구강검진 대상 116만1천556명 중 25만1천247명(22%)이 경기도에 있는 현실(2020년도 장애인 건강보건통계)을 감안하면 경기도 중증장애인에게 ‘치과’는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곳이다.

 

경기도지체장애인협회 관계자는 “장애인의 95%는 구강질환으로 고통을 호소하지만 제대로 진료를 받지 못한다. 감염이나 상태 악화를 막기 위해 결국 모든 이를 발치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현재 시설로는 예약을 하고도 수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수준이다. 최소 모든 시·군마다 권역장애인구강진료센터가 한 곳씩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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