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인터뷰
“자살 유가족은 잠재적 자살 위험이 높지만 이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사회적 시스템과 관심이 부족합니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은 지난 2020년부터 ‘자살 유족 동료지원활동가’를 양성하고 있다. 이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후, 상실의 아픔을 겪는 유족들의 고통을 들여다보고 지역내 관련 시설과 제도 등을 소개해주고 있다. 현재 전국에 13명의 자살 유족 동료 지원활동가들이 있으며, 경기도내에는 2명이 활동하고 있다. 2021년부터 동료 지원활동가로 활동 중인 조동연씨(49·파주)가 그중 한 명이다.
조동연씨는 16년 전 따뜻한 봄날, 아버지를 떠나보냈다. 곁에 있던 어머니와 여동생이 힘들어하는 모습에 그는 온전히 슬퍼할 겨를도 없었다. 당장 남은 가족을 지켜야 하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는 생각에 그냥 무작정 견뎌냈다. 그렇게 꾹꾹 억눌러야 했던 슬픔은 3년이 지나 심각한 우울증으로 찾아왔다. 그는 “자살 유가족들은 본인의 잘못으로 비극이 발생했다고 생각하면서 죄책감 속에 산다”며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말을 해주는 누군가가 꼭 필요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런 생각으로 그는 2019년부터 ‘자살 유족 원스톱서비스’ 상담사로, 2년 전부터는 동료 지원활동가로 활동하며 100여명의 자살 유족들을 만났다. 그가 같은 아픔을 겪은 ‘동료’라는 사실을 밝히면, 유족들은 닫혔던 마음의 문을 열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조 활동가는 “같은 일을 겪은 상담사가 아픔을 공감 해준다면 슬픔을 극복해 나가는데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며 “동료 지원활동가를 양성할 수 있는 교육이나 지원시스템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살 유족 원스톱서비스’가 전국적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사업은 유족의 초기 심리안정부터 지속적인 사후관리를 돕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서울, 인천 등 일부 지자체에서만 시행 중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보건복지부가 해당 시범사업의 예산을 줄이면서 경기도 차원의 유족 지원도 부족한 실정이다.
조 활동가는 “현장에서 만난 자살 유족들 중에서 실제로 자살 생각이나 자살시도를 한 사람들이 많았다”며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자조모임이나 자살 유족 돌봄서비스 등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려줄 통합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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