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집 건너’ 불 꺼진 인천 새 아파트… 미입주 공포

분양 완판이던 검단·부평 아파트, 50%이상 공실… 상가건물 ‘텅텅’
금리인상·집값 하락세 악재 영향... ‘마피’ 매물 속출… 장기 대책 필요

지난 18일 오후 8시께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의 한 아파트가 지난해 7월부터 입주를 시작했는데도 입주율이 낮아 지하 주차장이 텅 비어있다. 황남건기자

 

“이렇게 입주를 하지 않을 줄은…. 커뮤니티 센터도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18일 오후 8시께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 앞. 주말 저녁인데도 많은 집들의 불이 꺼져 있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7월부터 입주가 시작, 지난달 30일까지 입주 기간이 끝났다. 하지만 전체 1천여 가구 중 아직 600여가구(56%)가 공실이다. 아파트 상가도 대부분 공인중개사 사무실이고, 편의점 1곳만 문을 열었을 뿐이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 한영호씨(39)는 “6개월 전에 이사를 왔는데, 아직도 여전히 비어있는 집이 많다”며 “헬스장 등 커뮤니티 센터도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같은 날 오후 8시30분께 부평구 부개동의 아파트도 상황은 마찬가지. 이곳 역시 지난해 12월부터 입주를 시작했지만, 총 1천500여가구 중 절반 이상이 입주하고 있지 않았다. 단지의 가로등만 켜져있을 뿐, 많은 집들은 불이 꺼져 있다. 단지 안에 있는 공원이나 놀이터, 테니스장 등도 모두 텅비어 적막함만 감돌고 있다. 앞서 이 아파트는 2020년 분양 당시 6만여명의 청약자가 몰려 평균 경쟁률이 100대 1을 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분양 취소 물량까지 쏟아지면서 분양가보다 낮은 ‘마이너스 프리미엄(마피)’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이 곳에서 만난 주민 김우정씨(42)는 “재택근무를 하는 탓에 종일 집에만 있는데, 낮이랑 밤에 단지에서 사람을 찾기가 어렵다”고 했다. 또 아파트 단지 건너편에서 치킨집을 하는 임종석씨(56)는 “대부분 입주를 안 해서 저녁에도 아파트 불이 없어 휑한 느낌”이라고 했다.

 

지난 18일 오후 8시께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가 미입주로 인해 대부분이 불이 꺼져있다. 황남건기자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와 루원시티, 부평구 등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 입주한 아파트 대부분이 미입주 사태를 겪고 있다. 부동산 호황기이던 2019년~2021년에 분양한 뒤 최근 입주가 이어지고 있지만, 침체기에 들어서면서 이 같은 미입주가 발생하고 있다.

 

19일 한국부동산원의 공동주택관리시스템을 통해 지난해 하반기 입주를 한 인천지역 아파트 10곳을 임의로 선택해 분석한 결과, 평균 미입주율을 65.95%에 달했다.  이들 아파트 대부분 지난 2019~2021년 분양에선 경쟁률이 2자리 수 이상을 기록했다.

 

지역 안팎에서는 금리 인상과 더불어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부동산 시장의 수요가 급격하게 하락하면서, 실거주가 아닌 투자 형태의 분양을 받은 사람들이 입주를 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대부분 분양을 받았지만 현재 살고 있는 집을 팔지 못해 입주를 하지 못하거나, 세입자를 찾지 못한 것이다.

 

한 공인중개사는 “미입주는 수요가 부족해서 생기는 전형적인 현상”이라며 “자기 집도 안 팔리니 본인은 입주를 못하고, 높은 금리에 세입자들은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이 상황이 오래 갈 것 같다. 당장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의 물건이 나오는 등 주택 시장 악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19일 오전 인천 부평구의 한 아파트가 미입주로 인해 여전히 현관문에 보양지가 붙어있다. 홍승주기자

 

전문가들은 이 같은 미입주 현상이 장기화하면 앞으로 분양 시장의 위축은 물론 개인 금융의 문제, 그리고 지역 건설업체의 자금난 등 부동산발 경기 침체가 불가피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분석한다.

 

권영선 주택산업연구원 박사는 “입주와 분양 시장은 같이 갈 수 밖에 없다”며 “건설 회사에서도 무리하게 분양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심리와 수요자들이 집을 사지 않으려는 심리가 같이 맞물리면서 침체 장기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현재 규제를 계속해서 풀고 있지만 하반기에나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정부 차원의 장기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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