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경기도 문화재로 지정 일각서 “사료와 달라” 반발에... 道, 조사 통해 진위 밝혔지만 市와 예산 문제로 복원 지연... 전문가 “주민들과 소통 필요”
경기도 기념물인 만년제를 둘러싼 논란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기념물로 지정된 지 어느덧 27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역사적 가치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되는 등 부정적인 꼬리표를 떼지 못한 탓이다.
19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해보면 만년제가 위치한 땅은 당초 문화재관리국(현 문화재청)이 소유한 국유지였으나, 1964년 2월 문화재적 가치가 없다는 이유로 불하(拂下·국가의 재산을 개인에게 파는 것)됐다.
민간에 매각된 만년제가 도 기념물로 지정된 것은 한 지역 주민이 만년제를 도 문화재로 지정해달라는 진정서를 도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진정서를 받은 도는 1992년부터 총 7차례에 걸쳐 도문화재위원회 심의를 진행했고, 1996년 ‘정조가 만든 만년제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며 기념물로 지정했다.
상황이 이렇자 당시 만년제 토지 소유자인 A씨는 2000년 화성시에 문화재 지정 해제를 요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이에 시는 ‘만년제가 제 기능을 상실한 것으로 판단돼, 이곳을 찾는 관광객은 적을 것’이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도에 냈다.
하지만 도는 ‘만년제는 농업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보존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답했다.
정부가 문화재로서 보존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것과 달리 도는 기념물로 지정하자 지역 주민 및 일부 학자들은 크게 반발했다. 특히 ‘만년제의 위치와 규모가 다른 것 같다’며 문화재 지정 해제 신청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도는 경기문화재연구원의 만년제 관련 시굴조사를 통해 2012년 6월 문화재지리정보 시스템을 바탕으로 한 분석과 일성록(日省錄) 등 사료 기록을 대조한 결과, 괴성(塊星)과 동·서·남·북의 제방 규모, 하수문지(물 출입로) 등의 구조와 위치가 일치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만년제 복원 사업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복원 사업은 2010년 도가 보조금에 관한 조례를 개정하면서 빨간불이 켜졌다.
당초 도와 시가 만년제 복원을 위한 예산을 절반씩 부담하려고 했으나, 조례 개정에 따라 도비 보조 비율이 기존 50%에서 30%로 줄어든 것이다. 예산 부담에 대한 의견 차이가 생기면서 복원사업 역시 오랜 시간 지연됐다.
강진갑 역사문화콘텐츠연구원장은 “도 기념물인 만년제의 가치는 여러 조사 등을 통해 인정됐다. 다만 만년제 주변 개발 제한과 태안3지구 택지개발사업으로 만년제 주변 지역에 엄청난 개발이 이뤄진다는 점은 인근 주민에게 박탈감을 줄 것”이라며 “관계기관이 주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조정 여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만년제, 복원까지 수십년… 주민들 분통
발굴과 조사에만 27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되며 인근 주민 모두를 지치게 만든 만년제. 경기도 기념물인 만년제 정비사업은 지난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화성시는 만년제에 대한 시추공 조사를 시작한다. 시추공 조사란 만년제 부지의 지질을 확인하는 작업으로 시추를 통해 퇴적물 등을 조사, 문화재 진위를 가린다. 시추공 조사 역시 만년제가 경기도 기념물로 지정(1996년)된 후 2년 만에 실시된 작업이었는데, 시추공 조사 이후 예산 문제 및 토지 매입 등의 문제로 2006년까지 만년제 관련 사업은 단 1개도 진행되지 않았다. 8년가량 방치된 것이다.
시는 2007년 만년제에 대한 발굴 작업을 시작했는데, 지난해까지 약 15년간 6차까지 발굴조사가 진행됐다. 15년에 걸친 조사에서 시는 동·서·남쪽 제방 구분 및 단면 조사, 담수면 깊이 등을 확인했다. 시는 발굴조사를 진행하면서 감정평가를 통해 문화재 및 외곽 구역 76개 필지(부지면적 4만6천596㎡)를 261억7천500만원에 매입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만년제 담수 방안 타당성 조사’를 위한 용역을 추진 중이다.
수원(水源)을 상실한 만년제에 물을 채워 넣는 게 타당한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다. 시는 지난해 11월 만년제 인근 주민들과 함께 착수보고회를 진행했으며 현재는 중간보고회를 앞두고 있다.
용역은 상반기께 완료할 예정이다. 도와 시는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2026년까지 예산 88억6천만원(도비 50%, 시비 50%)을 투입해 만년제를 복원할 방침이다. 특히 시는 시비 110억5천300만원을 들여 만년제 외곽(부지면적 1만565㎡)을 도시계획시설(공원)로 가꾼다는 계획도 수립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결과를 도출해 내기까지 30년 가까이 소요되면서 그동안 재산권 행사에 제한을 받아온 주민들의 불만은 커질 대로 커졌다.
지역 주민 서효순씨(50)는 “복원사업이 금방 될 것처럼 보였는데, 벌써 27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지금도 울타리만 쳐져 있어 사실상 방치된 느낌”이라며 “‘벽골제’와 충남 당진의 ‘합덕제’ 등 타 지역 저수지 문화재는 벌써 복원을 마치고 유명 관광지가 됐는데, 이곳은 계속 방치돼 있으니 수십년간 낙후된 환경에서 살고 있는 주민들의 사정은 누가 알아주느냐”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만년제 인근 주민들의 목소리를 잘 알고 있다”며 “피해를 호소하고 계신 만큼 최대한 빠르게 복원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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