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비 대폭 오른 난방비, 순수익 30~40% 감소 불 보듯 뻔해” 농림부 지원에는 면세유 해당, 전기는 '제외' …시, “대책 고민하겠다”
“치솟은 난방비를 이젠 도저히 감당할 수 없습니다. 그냥 밭을 갈아 엎고 싶어요.”
20일 오후 2시께 인천 남동구 수산동의 한 딸기 농장. 농민 박태하씨(67)가 농장을 바라보며 한숨을 푹 내쉰다. 비닐하우스 내부 온도를 최소 10도 이상으로 유지하려 매일 등유로 난방을 하고 있지만, 치솟은 기름 값을 감당하는게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박씨는 “작년에 700만원 수준이던 난방비가 지난달 1천만원이 훌쩍 넘어갔다”며 “정부는 난방비 지원을 한다는데, 농가는 그냥 버텨야 하는 현실이 속상하다”고 했다.
인근 운연동의 한 토마토 농장을 운영하는 최태조씨(61)는 아예 난방비 때문에 모종 심는 시기를 늦추고 있다. 농장 내부를 20도로 맞추려면 너무 난방비 부담이 커 아예 온도를 낮춘 탓이다. 최씨는 “토마토가 조금 덜 자라더라도 온도를 낮춰 키울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인근 국화꽃 재배장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 이숙희씨(67)는 지난 6일 1월 전기요금으로 1천37만5천380원을 통보받고 깜짝 놀랐다. 지난해 1월과 비교하면 20%가 올랐기 때문이다. 이씨는 3천300㎡의 국화꽃 재배장 온도를 25도로 유지하려 매일 전기 난방을 해야 한다. 이씨는 “다음달 초 2월 전기요금 통지서를 보기 두렵다”며 “올해 적자는 뻔할 듯 하다”고 했다.
인천지역 농가들이 정부의 난방비 지원 대책에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정부의 지원책이 일반 가정집 등에만 맞춰진 탓에 난방비 폭등에도 농가의 지원은 전무하기 때문이다.
시에 따르면 인천지역에 비닐하우스를 이용해 농사를 짓는 농가는 3천781곳이다. 이들 대부분 20~25도의 일정 온도를 유지하려면 난방은 필수다.
하지만 정부는 물론 시 등의 농가에 대한 난방비 지원은 사실상 전무하다. 모두 취약계층 등 가구별로만 따져 지원하는 것에 몰려있는 탓이다. 지원 사업은 현재 농림축산식품부가 해마다 10~12월 등유와 증유, 액화석유가스(LPG)에 대해 1ℓ당 130원의 보조금 지원 뿐이며, 농가는 전기요금 등의 지원은 아예 받지 못한다.
박용철 인천시의원(국민의힘·강화)는 “난방비 폭등이 전국적 사회문제로 커지자 정부 등이 난방비 지원 대책을 내놨지만, 농가들은 이에 빠져있는 상황”이라며 “인천시와 군·구가 농가에 대한 지원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손원규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은 “정부의 에너지 지원 정책이 가구원 수를 기본으로 하다보니 농가 지원은 없는 것”이라며 “농민이 각 작물이 자라는 시기에 맞춰 적절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자체 차원에서 농가를 별도로 추가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시 관계자는 “지금의 지원으로는 농가의 고통을 덜어주기 부족하다는 점은 공감한다”며 “농가의 상황을 점검한 뒤, 맞춤형 지원 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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