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시장만 바라보는 인천시

지난해 9월 정부는 ‘일 잘하는 정부’를 만들겠다며 부처 장관에게 인사권 등 많은 권한을 주는 자율과, 이에 따른 책임을 강조했다. 모든 일을 대통령이 할 수 없는 만큼 부처 장관들이 알아서 하되 책임지고 일하라는 의미다. 물론 그동안 많은 정부들도 이와 비슷한 맥락의 정책이 있었기에 당연한 것이란 생각만 든다.

 

하지만 지방정부인 인천시를 보면 이 같은 자율과 책임은 아직 볼 수 없다. 민선 8기가 출범한 지 고작 8개월 남짓이라고 하지만 연간 수천억원의 예산을 주무르는 시 정부의 각 실·국장이 오롯이 자신의 판단에 따라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보지 못했다. 이 실·국장은 중앙정부에 비춰 보면 사실상 부처 장관과 같다. 이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으로 상황에 맞는 정책을 추진하고, 만약 틀린 부분이 있으면 책임지면 될 일이다.

 

지금의 시 정부는 오로지 유정복 인천시장의 결정만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 나오는 모든 결정을 시장에게 물어야 하고, 그 결정이 나올 때까지는 쉽사리 움직이지 않는다. 그동안 난방비 폭탄 등의 이슈가 발생해도 시의 대응은 느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물론 유 시장이 최고 결정권을 가진 시장이란 직책으로 민선 6기 4년을 꼬박 보낸 만큼 그 어떤 고위 공직자보다 시 정부의 흐름이나 정책을 꿰뚫고 있을 것이다. 다만 유 시장이 정책의 큰 방향을 정한다면 실·국장이 최선을 다해 정책을 펴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민선 8기라는 큰 배의 선장인 유 시장. 선장은 배의 선로를 결정하지만 키를 잡고 배를 직접 조종하거나 무전기를 직접 잡는 것은 하지 않는다. 조종 등은 전문성이 있는 직원이 책임지고 하는 것이다.

 

인천시라는 공직사회가 수동적인 지금의 모습에서 벗어나 좀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로 바뀌어 실·국장들이 정책을 주도하며 펼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공직사회가 인물이 아닌 시스템적으로 하나로 뭉친 뒤, ‘으쌰으쌰’ 하며 움직일 수 있는 원동력이 필요하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