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김대진 경기도문화원연합회장

“지역문화원 혁신·소통 이끌어... 경기도 문화융성시대 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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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진 경기도문화원연합회장. 윤원규기자

 

김대진 경기도문화원연합회장이 지난 2021년 3월 취임하면서 경기도 31개 시·군 지역 문화원의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컸다. 1995년 판교개발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판교테크노밸리의 바탕을 이룬 일등공신, 성남문화원 제12대 원장에 선출된 후 강력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지역 역사·문화를 집대성해 온 그의 이력과 지치지 않는 열정 때문이다. 이런 기대에 부응하듯 김 회장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새로운 시대를 여는 도문화원연합회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주력했다.

 

지역 문화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만큼, 지역 문화 창조 중심에 서 있는 김 회장을 최근 만났다. 취임 2년이 흘렀지만 임기 시작 직후 “코로나19 시대, 삶의 회복을 위한 지역문화를 준비하겠다”던 그의 다짐과 “경기도의 역사를 바로 세우고, 지역 역사문화 융성을 위해 열정을 바치고자 하는 마음”은 여전했다.

 

Q 임기의 반환점을 돌았다. 3월이면 취임 2주년이 되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A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올해는 경기도문화원연합회 설립 38주년이 되는 해다. 긴 역사에도 그동안 도연합회의 회의실이 없었다. 취임 후 회의실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해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을 다니며 적극적으로 회의실 공간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결국 경기문화재단 인계동 사옥 9층의 공간으로 사무실을 이동해 처음으로 연합회의 회의실을 갖게 됐다. 실무적이고 행정적인 일만 수행했던 공간에서 다방면의 사람이 연수하고, 회의하고,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니 훨씬 다양한 논의와 재미있는 사업들이 기획됐다.

 

Q 지역 중심의 ‘경기도민속예술제’로 큰 변화를 준 것도 빼놓을 수 없지 않나.

A 그렇다. 매년 민속예술제를 열고 있는데 취임 후 ‘전통문화를 이어온 해당 지역에서 축제를 여는 형식’으로 바꿨다. 이전에는 도내 한 지역에서 31개 시·군이 다 모여 대규모 경연대회 형식으로 일괄적으로 열렸다. 시간에 제한 받고 예술제를 31개 문화원에서 하루에 다 소화하다 보니 시간 제한이 있었다. 지역주민들의 삶과 역사에 바탕을 둔 전통문화는 해당 지역에서 열리는 게 맞고,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도 지역주민이어야 하는 당연한 사실을 그동안 잊고 있었던 것이다.

 

Q 지역민들의 호응도가 특히 좋았다고 들었다.

A 해당 지역의 진정한 축제가 되면서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도가 높아졌다. 지역의 초등학교 학생들이 지신밟기를 함께하거나 동네 부녀회가 참여해 마을잔치가 열리기도 했다. 이것이 실질적인 향토 예술제이지 않겠나. 전국에도 이러한 이야기가 퍼져 도문화원연합회로 벤치마킹하기 위해 견학을 와 흐뭇했다. 논란도 많았고, 하루면 끝날 행사를 31개 지역에서 31일 동안 치러야 해 고생도 됐지만, 제일 보람있는 일이었다.

 

Q 성남시의회 3선 의원과 시의회 의장 등 지역 정치인으로 굉장한 입지를 다졌는데,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사실 지역 문화에 대한 관심은 늘 삶 속에 녹아있었다. 지난 700년간 성남 땅을 지켜온 경주김씨 계림군 김균 선생의 자손으로 우리 조상이 살아온 터, 내 고장에 대한 문화적 관심이 매우 많았다. 지역에 남다른 애향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자부한다.

 

특히 오랫동안 성남 역사에 왜곡된 점이 몇 가지 있었다. 이 잘못된 부분을 바로 고치고 자랑스러운 역사를 후손에게 물려줄 사명감을 가지고 성남문화원장이 됐다. 이후 3·1절 100주년 사업회에서도 표창을 받은 3·1절 기념식을 거행했고 지역의 역사적 인물을 잊지 않고 기리는 사업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문화의집, 문화학교, 아카데미 등 지역문화원이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열심히 찾아 나서 길을 열어 왔다.

 

Q 지역문화를 가꿔나가는 일이 왜 중요하나.

A 지역정체성이 무엇인지 안다는 것은, 내가 그 지역에 왜 살고 있는지 규명된다는 뜻이다. ‘나는 이런 점이 특별하고 좋아 내가 살고 있는 OO지역이 자랑스럽고, 옛날부터 지금까지 이렇게 특별한 OO지역을 만들어 준 우리 선조들과 시민들이 고맙다고 느끼는’ 감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 감정은 역사적으로 축적된 문화적 전통을 모르면 결코 만들어질 수 없는 것이다. 지역문화를 가꿔 나간다는 것은, 결국 내가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의미를 규명해내는 일이고, 그 의미가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하는 일이다. 문화원이 지역의 역사와 전통, 문화를 소중하게 여기고 그것을 발굴, 조사, 연구하는 데 노력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Q 지방문화원의 폭넓은 역할과 달리 ‘연령대가 높은 분들에게 적합한 곳’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A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만큼 은퇴한 사람들의 문화적 삶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기관으로 문화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것이 지역문화원의 장점이라 생각한다. 다만 이런 점이 한계로 작용하지 않도록 해야 하지 않겠나.

 

지역의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한 지역문화 정체성 관련 사업을 하는 기관은 현재 문화원이 유일하다. 지역주민의 문화 향유를 위해 직접적으로 접촉하고 있는 현장문화센터로 현재 가장 공신력 있는 기관이다. 문화원이 젊어지려고 노력해야 하고, 혁신을 위한 마음가짐도 잃지 않아야 한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그 지역 주민들은 모두 문화원을 마음 놓고, 즐겁게 이용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Q 그 한계를 깨기 위해 노력하는 점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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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난해 합동연수 때 ‘2023년 경기도지방문화원 3대 약속’을 정했다. 올해 경기도 지역문화원이 이렇게 변할 것이라는 것을 31개 시·군 문화원 임원, 직원, 회원이 전부 합의해 일관된 방향으로 나아가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다. 우리는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전통 예술을 발굴하고 찾아가 연구하고 존치시킬 것이다. 경기도 지역문화원이 도약하고, 전국 문화원을 선도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자부한다.

 

Q 경기도의 지역문화 발전을 위해 추진해야 할 첫 번째 과제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A 무엇보다 문화예산을 늘려야 한다. 경기도 문화예산이 전국 최하위 수준이라고 한다. 문화는 단순한 개념이 아니다. 지역의 역사성과 지역 정체성 모두를 아우른다. 경기도는 지역 단위가 크고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곳이지 않나. 지역의 문화 예산이 늘어나야 한다.

 

Q 경기도는 사실 그동안 ‘서울의 주변부’란 인식이 강했는데.

A 얼마 전 ‘경기도민 의식조사 연구’에 의하면 ‘경기도’의 정체성을 ‘서울의 주변부’로서가 아닌, ‘경기도민’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비율이 60%를 넘었다고 한다. 서울을 중심으로 생각해 왔던 관념이 이제 지역중심으로 바뀌었다는 의미 있는 결과다. ‘경기도형’ 문화를 독자적이고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뜻이다. 우리가 스스로 기준을 만들고, 표준이 돼야 한다. 때문에 ‘발전’ 패러다임이 아닌 ‘창조’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즉, ‘경기지역 문화 발전을 위해 필요한 일’이 아니라, ‘경기도형 지역문화 창조’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는 질문이 바뀌어야 한다.

 

Q 앞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 궁금하다.

A 경기도문화원연합회와 경기도 31개 지역문화원과 함께 경기지역 문화 백년대계의 기틀을 마련해 보고자 한다. 백범 김구 선생께서는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홍익인간이라는 우리 국조 단군의 이상이 이것이라고 믿는다”고 하셨다. 역사를 올바르게 세우고 미래가 발전하려면 지역문화원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앞으로 올바른 역사관을 토대로 경기도의 문화 백년대계의 기둥을 세우겠다. 특색 있는 문화를 발굴하고, 이를 문화콘텐츠와 관광자원으로 발전시켜 문화가 융성하는 자랑스러운 경기도를 만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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