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이 절반 가까이 비어 있어요. 귀신의 집 같습니다.”
27일 오후 1시께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의 아파트형 공장(지식산업센터)인 송도AT센터. 이곳은 지난해 4월 완공 이후 분양 및 입주가 이뤄졌지만, 현재 총 공장과 사무실 등 1천55곳 중 527곳(49.9%)이 비어있다. 센터 1층에는 ‘임대 문의’와 ‘분양 문의’ 펼침막이 2곳 걸러 1곳씩 뒤섞여 걸려 있다. 점심시간이 막 끝났지만, 이곳을 지나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이날 서구 가좌동에 있는 지식산업센터 엠앤제이비즈타워도 마찬가지. 지난 2020년 7월부터 입주를 시작했지만, 157곳 중 80곳이 공실로 남아 현재 미입주율이 50.9%에 달한다. 더욱이 제조업만 입주가 가능한 4층은 대부분 비어있어 적막하다. 상업시설이 들어와야 하는 1층은 분양사무실을 제외하고는 모두 비어있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지식산업센터 상당수가 작년에 분양이 이뤄진 곳도 임대인을 구하지 못해 텅 비어있는 상태”라며 “기업 입주가 없으니 주변 상권 등도 모두 무너지고 있다”고 했다.
인천지역 곳곳에 있는 지식산업센터들이 미분양·미입주로 빈 채 방치 중이다. 2년 전 중앙 정부가 집값을 잡으려 대출 규제 등을 했지만, 규제 사각지대인 지식산업센터로 투기 세력이 몰린 뒤 현재까지 임대인 등을 구하지 못한 후폭풍이 남아있는 것이다.
27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인천지역 지식산업센터 63곳 중 30곳(47.6%)은 부동산 호황기인 2019년 이후 분양이 이뤄졌지만, 현재 대부분이 입주는 커녕 분양도 하지 못하고 있다.
송도AT센터와 엠앤제이비즈타워를 비롯해 부평구 갈산동에 있는 테크노밸리 유원센터는 총 사무실 2천200곳 중 528곳(24%)이, 서구 가좌동에 있는 아르테크주안도 공장·사무실 225곳 중 43곳(19.1%)이 비어있다.
업계에선 지난 2021년 아파트에 대한 대출 규제 강화가 이어지자 투기 세력들이 분양가에서 최대 90%까지 대출이 가능한 송도국제도시와 청라국제도시 등의 지식산업센터로 몰렸지만,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와 금리인상 여파 등으로 입주자를 찾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까지 이어진 지식산업센터 취득세 50% 감면 혜택이 올해부터는 사라지면서 분양은 물론 입주자를 찾는 것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 규제가 심할 때 송도 등 지식산업센터로 투자가 몰리기도 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당시 분양가보다 가격이 낮아졌고, 경기가 나빠져 입주자의 발길도 끊겼다”고 했다. 이어 “아파트는 싸게라도 팔린다지만, 지식산업센터는 마치 상가처럼 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현재 전체적으로 큰 충격이 온 상황”이라고 했다.
이 같은 지식산업센터의 미분양·미입주는 지역 경제에 악영향은 물론, 인천시의 인천지역 산업구조 개편 등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호황기에 지식산업센터에 투기가 몰렸지만, 지금은 전체적으로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가 줄어든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경기가 예년 수준으로 좋아질 때까지 당분간 이 같은 공실 현상이 계속 이어지는 만큼, 지자체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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