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도심은 현수막들로 너저분하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교차로에는 더 많다. 지정된 현수막 게시대가 아닌, 나무나 가로등 지주 등에 무분별하게 걸어 놨다. 현수막 때문에 가게 간판이나 교통 이정표가 안보이는 경우가 많다. 횡단보도 신호등의 시야를 가려 보행자와 차량 등의 안전사고도 우려된다. 거리를 점령한 ‘정치 현수막’ 얘기다.
우후죽순 내걸린 정치 현수막은 정당 명의도 있고,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당원협의회장 이름이 적힌 것도 있다. 내용은 정책 홍보보다 상대 정당을 비방·폄훼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불체포특권 폐지, 민주당은 빼고?’ ‘50억 클럽 즉각 특검’ ‘난방비 폭탄 책임져라’ 등 마치 정치구호 경연장 같다.
시민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장사도 안 되는데 현수막이 간판을 가려 화가 난다”는 상인, “현수막 내용이 저질스러워 아이들 보기 부끄럽다”는 학부모, “정치후원금 거둬 쓰레기 같은 현수막을 내거는 데 써야 하냐”는 시민 등 유권자의 시선은 싸늘하다. 시야를 가려 시민안전을 위협하고, 도시 미관을 해쳐 흉물스럽고, 상대를 욕하는 내용으로 불쾌하고, 거기에 폐현수막 문제 등 환경오염까지.... 민생은 외면한 채 정쟁만 일삼으며 ‘그들만의 정치’에 빠져 있는 정치인에 대해 비난을 넘어 혐오를 부추긴다.
무분별한 현수막 설치로 운전자 피해와 등하굣길 학생 사고가 많다. 지난 13일 인천에서 전동킥보드를 타던 한 여대생이 정당 현수막 끈에 목이 걸려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수막 끈이 성인 목 높이로 낮게 설치돼 있었는데, 야간이어서 끈을 미처 보지 못한 것이다.
선거철도 아닌데 정치 현수막이 많은 것은, 지난해 12월 옥외광고물법 개정으로 정당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한 현수막은 지자체의 별도 허가나 신고 없이 15일간 게시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난립한 정치 현수막 민원이 지방자치단체로 쏟아지고 있다. 지자체에선 정치권의 무분별한 현수막 설치를 자제하고 구체적 기준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법 개정이 필요하다.
디지털 시대에 꼭 현수막으로 정당 홍보를 해야 하는가. 정책을 알리고 정당을 홍보하기보다 정치를 기피하게 하는 ‘혐오 현수막’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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