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철 칼럼] 재정은 공짜도 아니고 화수분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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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철 서울시립대 명예교수

요즘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돈 쓰는 걸 보면 이래도 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재정은 정부가 정무 수행을 위해 국민들로부터 물적 수단을 획득해 합목적적이고도 효율적으로 지출하는 행위다. 즉, 정부는 조세와 세외수입 등으로 재원을 마련해 쓰고 부족할 때는 차입을 통해 지출하기도 한다.

 

조세는 국민들의 희생물이므로 결코 허투루 써서는 안 된다. 그런데 지난 정부는 팬데믹 극복이라는 명분으로 무분별하게 무려 400조원의 빚을 내 국민들에게 엄청난 시혜를 베풀었지만 결국 물가 폭등이라는 부담으로 되돌아왔고 우리 후대에게는 큰 짐만 안겨줬다. 지난 15년 동안 아무런 효과도 거두지 못한 저출산 대책비로 380조원, 박원순 시장 11년간 시민단체 지원금 11조원, 양대 노총에 1년에 1천200억원 지원 등 재정이 마치 공짜인 듯 또는 화수분인 양 마구 쓴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재정의 낭비 또는 비효율적인 지출 행태들을 돌아보면 걱정이 아닐 수 없다. 1970년대 말 미국에서 흑인들이 실업수당을 부정하게 수령하고 노동 의욕을 저해하는 사례가 있었다. 그런데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이른바 복지국가라는 명분하에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어 국가 재정이 낭비되고 노동 의욕을 저하시키고 있어 문제다.

 

즉, 실업자는 일자리를 잃었으면 곧바로 일자리를 찾으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일정 기간 동안 실업급여가 지급되니 차라리 놀고 지내는 게 낫다고 생각해 급여만 받아 챙기면서 놀고 그 후에야 일자리를 구한단다. 또 자신이 스스로 사직하는 경우 실업수당이 지급되지 않으므로 회사에 떼를 써서 면직한 것으로 해달라고 해 실업수당을 챙기는 수법도 쓴다고 한다.

 

의료보험 재정도 술술 새기는 마찬가지다. 과잉진료로 의료비를 과다 청구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교통상해자들을 이용한 과잉진료도 다반사라고 한다. 가스 값이 올랐다 해서 정부가 169만 서민들에게 최대 59만원씩을 지원한다는 것도 과다한 조치로 보인다. 예를 들어 중산층 금년 1, 2월 난방가스요금이 전년 동기 22만원에서 28만원으로 6만원 정도 늘었는데 취약계층에 59만원이나 지원한다니 과다한 지원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의 씀씀이도 가관이다. 재정자립도가 형편없는데도 돈을 흥청망청 쓴다. 중앙정부가 지원하니 쓰고 보자는 식이다. 재정자립도 10%대의 자치단체가 시민 1인당 현금 100만원을 지급하는가 하면 각종 명목으로 10만원씩을 지급하는 단체들도 있다. 한 자치단체가 흔들다리를 만들자 너도나도 만든다. 한 자치단체가 호숫가나 등산로 또는 산책로에 덱을 깔거나 야자매트를 깔자 너도나도 흉내내 깐다. 그들 재료가 수입 자재고 비용도 만만치 않고 자치단체들의 재정 상황으로 볼 때 그렇게 지출해서는 안되는 것 같은데 마구 쓴다.

 

우리의 성장잠재력과 경제 현상을 고려하지 않고 복지국가를 지향한다고 해서 정부 돈을 주인 없는 공돈처럼 마구 써서는 안 된다. 우리 경제의 현 여건은 전혀 그럴 형편이 아니다. 급속한 고령화와 저출산이라는 거대한 복병이 우리 앞에 도사리고 있다. 기업들은 국내에 투자하지 않고 해외로 탈출할 생각만 한다. 청년실업자들은 차고도 넘친다. 경제는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포퓰리즘에 물든 정치는 시혜를 베푼 만큼 표가 돌아온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무책임하게 퍼주고 싶어 안달이다.

 

하지만 이렇게 뿌린 돈은 우리들에게 물가 상승으로, 세금 부담으로 돌아오고, 우리가 부담하지 않으면 우리 후대가 부담해야 한다. 국민들은 속으로 골병드는지도 모르고 받기만 하면 좋아한다. 마치 재정을 공짜인 것처럼 또는 화수분인 것처럼 받아들인다. 그러나 재정은 절대 공짜도 아니고 화수분도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국민들 모두 정신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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