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시장 절반, PC 재질로 제작 '유독가스' 유발... 상인 불안호소 市 “난연성 재질로 교체 추진”
인천지역 전통시장 곳곳이 화재에 취약한 인화성 아케이드에 노출해 있어 불이 나면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6일 오전 10시께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의 석바위 시장. 청록색의 아케이드가 시장을 뒤덮고 있다. 석바위시장 상인회 관계자 A씨는 “16년 전에 ‘전통시장 현대화사업’으로 아케이드를 설치했는데, 동구의 현대시장과 같은 재질이라 불이 날까 걱정”이라고 했다. 상인인 김영옥씨(71)도 “시장 곳곳에 아케이드가 있는데, 불이 나면 불길이 커진다고 해서 불안하다”고 했다.
남동구 구월동 모래내시장도 상황은 같다. 시장을 뒤덮은 하얀색 아케이드에는 아크릴로 만든 장식물이 달려 있어 화재 시 불이 빠르게 번질 위험이 크다. 분식집을 운영하는 김춘화씨(62)는 “현대시장 화재를 보고 아케이드가 불을 크게 키울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이어 “아케이드가 인화성 물질인 데다, 대부분 현대화 사업에 아케이드를 설치하는 데 이렇게 위험한 줄 몰랐다”고 했다.
또 이날 모래내시장과 석바위시장 소방차 진입로인 황색선은 상인들이 펼친 판매 물건들이 차지하고 있다. 학익시장의 비상 통로에는 액화석유가스(LPG)통으로 들어차있다.
6일 인천소방본부가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국회의원(동·미추홀갑)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역 전통시장 51곳 중 아케이드가 있는 시장은 26곳(50.98%)이다. 26곳 중 80.8%인 21곳이 인화성 물질인 폴리카보네이트(PC)로 이뤄져 있다. 이들 시장에 있는 점포는 총 3천124곳이다.
특히 인천시가 전통시장의 환경개선을 위해 추진하는 ‘전통시장 현대화사업’에도 아케이드 설치를 포함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시는 지난해 16개 시장을 대상으로 시설현대화사업을 추진했다. 시설현대화사업에는 아케이드 설치 및 보수를 포함하고 있다.
앞서 지난 4일 오후 11시38분께 발생한 불로 점포 205곳 중 47곳이 불에 탄 동구 송림동 현대시장의 아케이드도 PC 재질로 이뤄져 있다. 인화성 플라스틱인 PC는 불에 탈 때 이산화탄소와 일산화탄소, 메탄 등의 유독가스가 나와 화재 시 인명피해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반면 서울 강북구는 지난 2월부터 아케이드 재질로 불에 잘 타지 않는 난연성 재질인 테프론(PTFE)으로 추진하고 있다. PTFE는 최대 300도까지 견딜 수 있어 PC에 비해 화재에 강하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시가 전통시장 현대화 지원사업 중 아케이드를 설치할 때 ‘안전’보다 ‘디자인’을 우선으로 해서 그렇다”고 했다. 이어 “PC에 불이 붙으면 한순간에 인명을 앗아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화재에 강한 난연성 재질로 아케이드를 바꾸는 등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지역 전통시장에 있는 아케이드의 가연성 소재에 대한 실태조사를 해 난연성 등 불에 잘 타지 않는 소재로 바꾸겠다”고 했다. 이어 “내부적으로 계획을 세워 난연성 재질로 교체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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