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려동물 잔혹사 충격, ‘동물권’ 강화 대책 내놔야

양평군의 한 주택에서 최근 1천200여마리의 개가 사체로 발견돼 큰 충격을 줬다. 60대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2, 3년 전부터 유기견 등을 집으로 데려왔다고 했다. 키우던 개를 처리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한 마리에 1만원씩 받고 가져온 것도 있고, 번식장에서 개를 넘겨 받은 것도 있다고 했다. 이 남성은 그렇게 데려온 개들을 방치하고 굶겨 죽였다. 그 숫자가 1천마리가 넘는다니 경악할 노릇이다.

 

현행법상 동물 생산업자(번식업자) 등이 ‘고의로 사료 또는 물을 주지 아니하는 행위로 인하여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이를 교사한 경우 형법상 교사범으로 같이 처벌받을 수 있다. 경찰은 양평 사건의 남성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조사 중인데, 개를 데려온 구체적인 경위 등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반려동물 천만시대’라고 하지만, 또 한쪽에선 동물을 굶겨 죽이거나 아무렇게 버리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동물 학대 및 유기 사건이 줄을 잇고 있다.

 

반려견 학대와 유기는 공급 과잉이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반려동물 생산에 제한이 없다 보니 잉여 동물이 생기게 돼 처리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기형적인 반려견 생산구조 문제가 큰데도 우리 사회가 이를 눈감아 왔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국의 합법 동물생산업장은 총 2천19곳이다. 동물 생산량에 상한선이 없어 이들 업장에서 한 해 태어나는 동물이 얼마나 되는지 모른다. 여기에 불법 번식장도 있어,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강아지 공장’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생산된 동물이 많다 보니 쉽게 사고 쉽게 버린다. 펫숍 등에서 반려동물을 상업적으로 매매하는 행위에 문제가 있다. 이곳에선 대부분 2, 3개월령의 작은 개와 고양이를 판매하는데 선택받지 못한 동물들은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 수 없다. 결국 양평 같은 사례가 나올 수 있다. 반려동물 생산 및 판매 등 유통 과정에서 버려지는 동물들에 대한 대책이 절실하다.

 

유기동물이 많이 발생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반려동물 소유자의 책임의식 부족’이다. 2014년부터 반려동물등록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반려동물 보호자는 물론 관련 업체들의 책임의식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반려동물 이력관리제 등을 통해 문제가 발생할 경우 누군가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도 마련돼야 한다. 모견 및 종견의 출산 나이 제한, 불법 생산업체 등에 대한 단속 강화 등 세부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다.

 

동물학대 범죄에 대한 엄정한 처벌, 반려동물 영업관리도 중요하지만 진정한 ‘동물권’을 위한 대책이 강화돼야 한다. 반려인 복지·편의보다 동물복지에 초점을 둔 정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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