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에서 자신만의 영화 세계를 구축해온 이들의 신작이 잇따라 극장가를 찾는다. 이란을 대표하는 감독인 아쉬가르 파라디의 ‘어떤 영웅’과 21세기의 셰익스피어로 불리는 극작가 겸 감독 마틴 맥도나의 ‘이니셰린의 밴시’를 오는 15일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두 작품 모두 2021년, 2022년 각종 영화제를 통해서 전 세계 영화인들의 이목을 끌었다.
■ ‘어떤 영웅’
2021년 칸영화제를 비롯한 유수의 영화제에 공개돼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어떤 영웅’이 2년 만에 한국에서 개봉한다. 아쉬가르 파라디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직면하는 딜레마와 갈등 상황을 촘촘하게 쌓아 놓은 뒤 이리저리 뒤섞다가 해체하는 작업을 반복해왔다. 그의 대표작인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2011년), ‘세일즈맨’(2016년) 등에서는 그냥 지나칠 법한 일상의 빈틈이 어떻게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
파라디 감독은 자신의 영화에서 답을 내놓지 않는 편이다. 그의 영화 속 인물들은 언제나 막막하고 불편하며, 난감한 교착 상태에 빠진다. 어떤 선택이 옳은 건지 분명히 하지도 않고, 특정 판단을 긍정하거나 강요하지도 않는다. 그저 카메라로 찍어내면서 인간의 내면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한편, 오는 15일 개봉하는 ‘어떤 영웅’은 현재 아이디어 도용 시비에 휘말려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어떤 영화로 남게 될 지 이목이 집중된다.
■ ‘이니셰린의 밴시’
지난해 베니스 국제영화제와 부산 국제영화제 등에 소개되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내전이 진행되는 1920년대 아일랜드의 이니셰린 섬. 누구보다도 친하게 지냈던 두 남자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른다. 한 사람의 절교 선언으로 인해 평화롭고 조용했던 마을에 파문이 일기 시작한다. 친구를 놓을 수 없는 남자, 어떻게 해서든 친구를 떼어놓으려는 남자가 뒤엉키면서 갈등 상황이 복잡해진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언제나 이성과 논리로 무장한 채 이해할 수는 없는 법이다. 영화는 미끄러지거나 뒤틀리고 어긋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삶과 감정, 생각들에 관해 정교한 이야기를 구축해놓았다. 마틴 맥도나 감독은 이미 인간의 다채로운 내면을 들췄던 전작 ‘킬러들의 도시’(2008년), ‘세븐 싸이코패스’(2012년), ‘쓰리 빌보드’(2017년)를 통해 타고난 이야기꾼의 면모를 보여줬다. 그런 면모가 이번 영화에서도 여실히 발휘되고 있다는 점에서 전작들과 이번 작품이 어떤 관계에 놓여 있을지 비교해보는 일도 영화에 대한 감상의 폭을 넓혀준다.
출연진을 살펴봐도 기대감을 한껏 높인다. ‘킬러들의 도시’에서 합을 맞췄던 감독의 페르소나인 콜린 패럴과 브렌던 글리슨이 다시 한번 의기투합했다. 두 배우 모두 감독의 디렉팅 아래에서 팔색조 같은 매력을 보여주기에 연기 앙상블 역시 주목할 만한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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