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시진핑의 ‘강군승전’

귀를 의심했다. 다시 들어봤다. 그래도 미심쩍긴 마찬가지였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의 연설이 그랬다. 9일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인민해방군과 무장경찰부대 대표단 회의에서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국가 실험실을 잘 건설·관리·운용해 자주·독창적 혁신을 강화하고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 자립과 자강에 속도를 내야 한다”며 이처럼 말했다. 국방과학기술의 자립·자강을 이뤄 강한 군대 건설과 전쟁 승리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강군승전(强軍勝戰)’. 그가 되풀이했던 단어다. 군대를 강하게 육성해 전쟁에서 반드시 이기자는 뜻이다. 마오쩌둥(毛澤東)의 공산당 군대가 장제스(蔣介石)의 국민당 군대와 전쟁을 벌이던 시절 워딩이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강조했다는 기록도 있다.

 

눈도 다시 떠야만 했다. 시 주석의 복장이 눈길을 끌어서다. 연설을 하는 동안 짙은 녹색의 인민복을 입었다. 인민해방군 군복 색깔과 한 치도 어긋나지 않고 똑같다. 역대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이 전인대에서 자주 입던 옷이다. 자신이 인민해방군 통수권자인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이라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그는 이런 복장으로 “국방과학기술공업이 더욱더 ‘강군승전’에 기여해야 한다. 국가안보를 위한 대규모 비축 시스템 구축도 가속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결국 군사 분야에서의 과학기술 자립·자강을 이뤄 첨단 무기를 자력 생산할 수 있는 군수산업의 자체 완결성 확보를 독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략자원의 통합, 전략 역량의 일체화한 운용 등을 통해 전력을 체계적으로 향상시켜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가 연설하는 동안 장유샤 부주석, 허웨이둥 부주석, 리상푸 위원 등 중앙군사위원회 간부들이 도열한 점도 예사롭지 않다.

 

그들이 전쟁에서 꼭 이겨야만 하는 나라는 과연 어딜까. 시 주석의 발언을 지켜보면서 여러 가지가 궁금했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