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값 떨어지는데 소고기값 왜 그대로?…“원인은 유통과정”

1월 600㎏ 암소 산지가격 447만3천원… 전년 동월 比 25.8% 하락
유통업계 물류비·인건비·공공요금 인상 반영… 시민 구입가 그대로

최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한우 고기를 구매하기 위해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농장에서는 싸게 팔았는데 소비자들이 비싸게 산다고 하면 문제는 그 중간에 있는 거죠.”

 

김포지역에서 한우 농장을 운영하는 윤용성씨(36)는 지난주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한 ‘소프라이즈 2023 대한민국 한우세일’ 행사가 끝난 이후, 2년간 정성들여 키웠던 소의 경매 가격이 뚝 떨어져 울상을 지었다. 행사 전 주까지만 해도 한 마리당 860만원이었던 소 가격이 1주 만에 100만원 가까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윤씨는 “소를 한 마리 출하하기 위해서는 350만~400만원 하는 송아지를 사서 2년간 사료·건초·전기 등 부수적인 비용을 들여 키워야 한다. 그러면 소 원가만 850만원인데 지금은 본전도 못 찾는 셈”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한우 산지가격과 도매가격이 연이어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소비자는 체감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소값은 떨어지는데 왜 소고기값은 그대로일까.

 

12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올해 전국 한우 사육마릿수는 357만7천마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같은 공급 과잉이 지속되면서 한우 산지가격은 물론 도매가격 역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전국한우협회 한우정책연구소가 발표한 ‘2023년 2월 한우동향분석’에 따르면 1월 큰 소(600㎏) 산지가격은 암소의 경우 447만3천원으로 전년 동월(602만6천원) 대비 25.8% 하락했다.

 

도축 마릿수 증가 및 소비 위축으로 도매가격 역시 하락세를 그리는 중이다. 1월 한우 도매가격(거세우)은 1㎏당 1만7천672원으로 전년 대비 16.4%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소고기 판매가격은 요지부동이다. 소값은 하락했지만 유통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농장에서 출하된 소는 도축장, 경매장, 도·소매상을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되는데, 이 과정에서 물류비, 인건비는 물론 전기·수도요금 등 공공요금도 크게 올라 최종 소고기 값은 하락하지 않는 것이다.

 

실제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0.38(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8% 올랐다. 특히 전기·가스·수도 요금은 28.4% 올라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바 있다.

 

전국한우협회 관계자는 “소값은 작년 상반기와 비교해 평균 30%정도 떨어졌고 도매가도 20~30%가량 내려갔지만 소매가는 기껏해야 10% 떨어진 수준”이라며 “유통업계에선 유통 비용 상승분이 더해졌다고 주장하는데, 결국 소비자는 소값이 떨어져도 비싼 값에 소고기를 구매해야 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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