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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대] 윤달 ‘화장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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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대] 윤달 ‘화장 전쟁’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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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달(閏月)은 음력에서 계절과 어긋나는 오차를 막기 위해 끼워 넣은 달이다. 음력은 한 달을 29일과 30일을 번갈아 사용하는데 이를 1년 열두달로 환산하면 354일이 된다. 365일을 기준으로 하는 태양력과 11일의 차이가 난다. 이 오차를 보정하기 위해 몇 년에 한 번씩 윤달을 둔다.

 

윤달은 덤으로 생겼다 해서 ‘공달’ ‘썩은 달’ ‘손 없는 달’이라 한다. 윤달에는 (귀)신들이 휴식을 취한다고 해서, 무슨 일을 해도 부정을 타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다. 때문에 윤달에 무덤을 파 이장하거나 노인들의 수의(壽衣)를 장만하는 풍습이 전해온다. 이사도 보통 달에는 날짜를 보지만, 윤달에는 가리지 않는다. ‘동국세시기’에도 ‘윤달은 택일(擇日)이 필요없어 결혼하기에 좋고, 수의 만드는 데 좋으며 모든 일을 꺼리지 않는다’라는 기록이 있다.

 

‘송장을 거꾸로 세워도 탈이 없다’는 윤달(3월22일~4월19일)이 다가오고 있다. 2020년 4월 이후 3년 만이다. 윤달을 앞두고 가장 붐비는 곳은 화장장이다. 조상의 묘를 개장(改葬)해 화장한 뒤 봉안당(납골당)에 안치하거나 자연장으로 옮기기 위해 ‘화장(火葬)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화장 수요가 급증해 전국 각지의 윤달 화장시설 예약이 거의 완료됐다.

 

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연간 개장 유골 화장 건수는 평균 5만2천19건이다. 윤달이 있는 윤년은 평균 9만1천895건으로, 평년보다 70%가량 많다. 특히 윤년 윤달의 개장 유골 화장 건수는 1년 전체의 40%가량을 차지한다. 2년 넘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개장 유골 화장이 거의 없었던데다 올해는 윤달에 청명(4월5일), 한식(4월6일)을 끼고 있어 예년보다 화장 수요가 훨씬 많다.

 

화장 급증은 매장에서 화장으로 장묘문화가 바뀌고, 산소를 관리하기 힘들어서다. MZ세대 후손 대에선 묘지 중심 추모문화가 계속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제사·성묘·벌초에 대한 부담을 남기지 않고 죽겠다는 한국식 ‘웰다잉’에 대한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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