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아침] 필수과와 지방에 부족한 의사들, 그 해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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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재 가천대길병원 외상외과

최근 의사 수 부족과 의대 신설에 관한 기사가 늘어나고 있다. 소아과, 외과 등 병원에서 꼭 필요하지만 밤에도 진료가 필요한 과들의 지원자는 갈수록 적어지고, 이미 근무하던 의사들도 급여는 많고 당직은 없는 병원으로 옮기거나 개원하는 경우가 늘었다. 수도권과 지역의 차이는 더욱 심해져 서울과 먼 지방의 경우 높은 급여를 제시해도 의사를 구하지 못한다.

 

절대적으로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일까? 국가별로 의료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인구 수 대비 의사 수를 비교하면 안 된다. 일반적으로 감기 증상으로 의원을 찾는 경우라면 어느 나라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문제는 생명과 관련되거나 응급한 질환의 경우 서울의 큰 병원에서도 의사가 부족하고, 이로 인해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지방 공공의대를 만들고 일정 기간 지역에서 진료하게 하더라도 의무 기간이 끝나면 대부분 서울로 옮기거나 전공과를 버릴 가능성이 높다.

 

현재 대한민국에는 국민들에게 필요한 의사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저수가 정책을 지속해온 정부와 힘든 일은 싫고 돈은 더 벌고 싶어 비보험 의료시장으로 몰린 의사들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부족한 의사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존의 의사들을 돌아오게 하거나 신규 의사를 늘려야 하는데, 이미 질려서 떠난 이들을 돌아오게 하기는 어려우니 새로운 의사를 늘려 필요한 분야에서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단, 의대를 신설하기보다는 기존의 의대 정원을 확대해야 한다. 의대 교육은 다른 전공과 다르게 교수 몇 명 채용해 강의만 한다고 가능한 분야가 아니다. 여러 기초의학부터 더 많은 임상과 교수들이 필요하고, 다양한 환자의 치료 과정을 경험하는 실습 과정이 갖춰져야 한다. 무작정 의대를 신설하면 환자 경험 없이 국가고시 시험만 준비하는 학원이 돼버린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병원인 서울아산병원의 전문의는 1000명이 넘는데 울산대 의대 정원은 40명이다. 정원을 두세 배 늘리더라도 충분히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 비슷한 여러 대형 병원과 기존의 전통 있는 의대의 정원을 일부 늘리면 훨씬 효율적으로 신규 의사를 증원할 수 있다.

 

부족한 필수의료 인력 문제는 많은 급여와 충분한 휴식을 보장해주면 가능하다. 병원별로 과별 필수 인원 수를 정하고 이를 충족하는 병원에 평가와 수가에서 혜택을 많이 주면 된다.

 

필수과 의사들이 다른 의사들보다 수입도 많고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도 충분한 환경을 만들어주면 실력 있는 학생들이 알아서 찾아오게 된다. 의사로서 생명을 살리는 보람을 느끼는 후배들이 많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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