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공기관까지 ‘장애인 채용 대신 벌금’, 더 강력한 조치해야

장애인을 위한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다. 일자리가 있어야 경제적 자립이 가능하다. 정부가 장애인 일자리 확대를 위해 ‘장애인 의무고용’, ‘장애인 표준사업장 활성화’ 등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기관과 기업이 장애인 고용에 소극적이다. 고용 대신 벌금으로 ‘땜빵’하는 실정이다.

 

장애인고용촉진법에 따라 상시 50인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장은 장애인 고용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국가 및 지자체, 공공기관의 의무고용률은 3.6%, 민간기업은 3.1%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징벌적 준조세인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내야 한다. 정부는 매년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상향하고 있지만 상당수 공공기관과 기업들은 여전히 고용부담금으로 때우고 있다.

 

제도 정착을 선도해야 할 공공기관조차 이를 지키지 않는 것은 문제가 많다. 최근 5년간 한국은행 등 5개 공공기관이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달성하지 않아 납부한 고용부담금은 17억원에 육박한다.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은행,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조폐공사, 한국투자공사, 한국재정정보원 등 5곳이 5년간 납부한 고용부담금은 16억9천917만원이었다.

 

지난해 장애인 의무고용률의 80%에 미치지 못해 장애인 고용의무 불이행 기관으로 공표된 공공기관은 모두 17곳이다. 중증장애인의 경우 1명을 채용하면 2명을 채용한 것으로 계산된다. 그럼에도 의무고용률을 달성 못해 부담금을 납부하는 공공기관은 줄지 않고 있다. 장애인 일자리 대신 고용부담금을 납부하는 게 고착화하고 있다.

 

‘고용부담금만 내면 그만’이라는 인식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의무고용제가 시행 중임에도 장애인 일자리 확대가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정치권에서 장애인고용촉진법 개정안들이 발의돼 논의되고 있다.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국가·지자체·공공기관 의무고용 부담금 납부 대상을 근로자 수와 관계없이 일정한 비율로 의무고용을 하도록 하고, 미충족 시 고용부담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 송옥주 의원은 대통령령으로 정한 민간기업의 의무고용률을 국가·지자체·공공기관과 같이 법률로 규정하고, 분산돼 있는 고용의무 관련 조문을 하나로 통합한 개정안을 내놨다. 현재 33건의 관련 법안이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공공기관의 장애인 고용 촉진을 위한 제도 변화가 절실하다. 지금처럼 법 규정을 위반하고 부담금으로 대체하는 행태가 되풀이되면 안 된다. 제도 취지는 장애인 고용을 늘리는 데 있다. 개선 노력을 안하는 공공기관은 예산 삭감 등 불이익과 함께 더욱 강력한 조치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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