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으로서 마을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챙겨야 하고 이웃으로서 돕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준우 포승읍 도곡12리 이장(46)은 지역 내 고려인을 돕는 이유를 묻자 “아이들을 돕기 위해 시작한 일이 여기까지 왔다”며 이같이 답했다.
그가 이장을 맡고 있는 도곡12리 일대는 일명 고려인마을로 불린다. 포승읍에서도 도곡 6리와 7리, 그리고 12리에 유독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출신 고려인이 모여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 연말 기준 평택에는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독립국가연합(CIS) 국적을 가진 외국인 3천600여명이 있으며 이들 대부분 포승읍에 거주하고 있다.
그는 이장으로서 이들이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가 처음 이들을 돕기로 한 것은 지난 2018년 키즈카페를 운영을 시작하면서다. 과거 PC방을 운영할 당시 손님으로 오던 고려인 청년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게 되자 보육과 아동 교육을 도와달라며 찾아온 것이다.
그는 “어느 날 아이들이 한 원룸에서 쏟아져 나와 놀이터에서 노는 모습을 봤다”며 “알고 보니 마땅한 보육시설이 없어 열 가정이 돈을 모아 한 사람을 고용한 뒤 아이들을 맡기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명이 홀로 아이들에게 점심밥을 주고 설거지하고 간식을 준비하기도 벅차 한글이나 키릴 문자 공부 등 기본적인 교육조차 하기 힘든 상황이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그렇게 키즈카페에서 아이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나중엔 이중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 러시아어와 한글 등을 가르치기도 했다.
처음엔 러시아어를 말살하고 동포를 상대로 장사를 하려고 한다며 경계했지만 묵묵히 아이들을 돌보는 모습에 사람들도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지금은 무슨 일이 생기면 이장인 그를 가장 먼저 찾는다. 그도 이들이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지난해 7월엔 그의 주도로 ‘푸른 외국인 자율방범대’도 발족했다. 한국인과 고려인을 포함해 40명이 참여 중이며 금요일과 토요일 중점적으로 지역을 순찰하고 있으며 실제 경찰서로부터 지역 치안이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듣는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봉사단도 조직해 마을 안길과 외곽 등을 주기적으로 함께 청소하고 있다. 그는 “마을 구성원으로서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며 농번기 일손돕기도 기획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전쟁을 피해 한국에 온 지역 내 우크라이나 피란민 35가구에 직접 후원품 등을 전달하고 있다.
그는 “편의상 이 부근을 고려인마을이라고 부르지만 어떤 단체나 조직이 있는 것은 아니기에 현재 ‘포승 고려인 마을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려고 준비 중”이라며 “조합이 만들어지면 아동과 성인 한글 교육 등 여러 사업을 추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남는 이들도 있지만 고국으로 돌아가는 이들도 있을 텐데 소망이 있다면 먼 훗날 이곳에서 자란 아이가 훌륭한 사람이 돼 한국과의 교류에 큰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 자라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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