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40대 여성 납치·살해 3인조 구속...증거 인멸·도주 우려

가상화폐 노리고 사전 범행 모의
주범과 피해자, 가상화폐 사건에 연루
경찰, 추가 공범 1명 입건 등 수사 확대 

강남 주택가에서 40대 여성을 납치·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이모씨 등 3명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남 주택가에서 40대 여성을 납치·살해한 일당 3명이 구속됐다. 

 

또 경찰은 이들과 범행을 모의헀던 추가 공범 1명도 붙잡아 조사 중이다. 

 

◆ 구속영장 발부...강도살인·사체유기 등 혐의 

 

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강도살인·사체유기 등의 혐의를 받는 이모씨(35) 등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유 부장판사는 이씨 등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날 오전 11시에 열린 영장실질 심사에 앞서 서울 수서경찰서 유치장을 가장 먼저 나온 황모씨(36)는 납치·살해 동기나 공범 여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연모씨(30)과 이씨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은 채 법원으로 향했다. 

 

다만 황씨만 법원에 도착, 법정으로 들어가면서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1일 이들에게 강도살인과 사체유기 등의 혐의를 적용,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오후 11시·46분께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귀가 중이던 피해 여성 A씨(48)를 강제로 차량에 태운 뒤 이튿날 오전 살해하고 암매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지난달 31일 오후 5시35분께 대전 대청댐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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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경찰 조사 결과, 이씨는 법률사무소에서 일하고 있으며 황씨와 연씨는 각각 주류회사 직원, 무직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특수부대 출신으로, 황씨는 대전 일대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를 제외한 나머지 2명은 A씨와 일면식도 없던 관계였다. 

 

◆ 감시·미행에 범행도구까지 미리 준비

 

이들은 2~3개월 전부터 서울 강남의 부동산 개발 금융 관련 회사에 근무하는 A씨로부터 금품을 빼앗기 위해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씨가 A씨를 지목한 뒤 황씨에게 범행을 제안했고 황씨가 연씨에게 또다시 범행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와 황씨는 대학 동창이며 황씨와 연씨는 배달대행업을 하면서 알게 됐다. 

 

또 이씨는 범행 도구, 숙박업소, 금전 등을 제공했다. 이씨의 사주를 받은 황씨와 연씨는 A씨를 미행하기도 했으며 이들 3명은 시신 매장 장소까지 사전에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씨는 “납치·살해를 지시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며 A씨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진술을 거부했다. 

 

경찰은 납치 신고 접수 35시간 만인 지난 31일 오전 10시45분께 성남 모란역사에서 연씨를 체포한 뒤 오후 1시15분께 황씨를 성남 수정구의 한 모텔에서 붙잡았다. 이어 같은 날 오후 5시40분께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모처에서 이씨를 체포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아파트 앞 도로에서 피의자들이 40대 여성을 강제로 차에 태우는 모습. 연합뉴스

 

◆ 가상화폐 빼앗으려 범행...금전 거래 등 추적 

 

한편 경찰은 이들이 A씨의 가상화폐를 빼앗을 목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진술을 바탕으로 청부살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채 수사 중이다. 

 

특히 경찰은 이씨와 A씨가 가상화폐 투자로 형사사건에 연루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씨는 A씨와 함께 2021년 2월 서울의 한 호텔에 투숙 중이던 B씨를 찾아가 가상화폐를 빼앗으려 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이씨와 A씨는 투자한 가상화폐가 폭락하자 B씨가 시세조종을 했다고 의심했기 때문이었다. 

 

이씨는 최근 경찰 조사에서 "2020년 A씨가 일하던 코인 회사에 투자해 8천만원 손실을 받고, 이후 해당 회사에 잠시 일한 적이 있다"며 "이듬해  A씨가 자신의 이씨의 요구에 따라 2천만원을 지원했다"고 진술했다. 

 

당시 이씨와 A씨 외에도 투자자 16명이 B씨를 협박, 1억9천만원의 가상화폐를 갈취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를 모두 주범 C씨가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이씨는 공동공갈 혐의가 인정돼 최근 검찰에 송치됐으나 A씨는 혐의가 미미하다는 이유로 불송치됐다. 

 

◆ 경찰, 살인예비 혐의로 공범 1명 추가 입건

 

경찰은 이들 3명 외에 추가로 범행 준비 단계에 가담했던 공범 1명을 살인예비 혐의로 입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20대 남성인 공범 D씨(무직)는 경찰 조사에서 황씨로부터 피해자 A씨를 살해하자고 제안받았다고 진술했다.

 

D씨는 또 황씨가 "A씨에게서 코인을 빼앗아 승용차를 한대 사주겠다"는 제의를 받은 뒤 피의자 연씨와 함께 렌터카 등을 이용해 A씨를 감시하거나 미행하던 중 지난달 중순께 범행에서 손을 뗐다고도 했다.

 

경찰은 황씨, 연씨로부터 함께 범행을 준비한 공범이 있다는 진술을 확보, D씨를 특정한 뒤 조사했다. 경찰은 추가 조사를 거쳐 혐의가 구체화되면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할 방침이다. 

 

경찰은 D씨 외에도 공범이 더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으며 사이버 전문 인력을 지원받아 가상화폐를 둘러싼 용의자 등 관련자들간 금전거래, 피해 여성과의 관계 등을 확인 중이다.

 

경찰은 이씨 등 3명의 신상공개도 검토 중이다. 

 

수사를 맡고 있는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 1일 브리핑에서 “구체적 범행 동기 및 경위, 공범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수사한 뒤 신상공개위원회를 거쳐 공개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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