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산더미 그대로… 인천 ‘흉물 빈집’ 방치

지자체, 3년간 정비 추진 실적... 3천665곳 중 고작 692곳 그쳐
공공이용시설 활용도 41곳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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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한 주민이 인천 미추홀구 주택가에 흉물스럽게 망가진 주택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인천시와 지자체들은 인천지역 원도심 빈집 3천665곳 중 고작 692곳(18.8%)만 정비하는데 그치고 있다. 장용준기자

 

“집에 사람도 없고, 쓰레기도 몇 년 동안 방치되어 있는데 아무도 신경쓰지 않네요.”

 

15일 오전 11시께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의 한 주택. 두꺼운 출입문 손잡이는 녹이 가득 슬어있고, 자물쇠가 굳게 걸려있다. 벽면이 무너져 집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 담장 너머 안을 보니 집 대부분이 무너져 형태를 알아보기조차 힘들 정도로 훼손했다. 집 앞 마당 등에는 나무 기둥과 지붕을 덮고 있던 천, 고장난 의자, 뜯어진 창문 등 각종 폐기물이 산처럼 쌓여있다.

 

옆 빌라에 살고 있는 이명재씨(57)는 “4년 전에 이사왔을 때부터 이 곳엔 쓰레기가 가득했다”며 “보기도 흉하고 냄새나니 빨리 누가 좀 치워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남동구 간석동의 한 빌라도 마찬가지. 재개발 바람이 불면서 많은 주민들이 이사를 가 건물이 텅 비어있다. 현재는 빌라 건물 전체가 사실상 폐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내부 벽에 핀 곰팡이로 인해 악취가 코를 찌른다. 벽지는 다 뜯어졌으며 전선도 끊겨있고, 계단 곳곳에는 신문, 전단지 등이 버려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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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한 주민이 인천 미추홀구 주택가에 흉물스럽게 망가진 주택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인천시와 지자체들은 인천지역 원도심 빈집 3천665곳 중 고작 692곳(18.8%)만 정비하는데 그치고 있다. 장용준기자

 

인천지역 곳곳 ‘흉물 빈집’이 방치해있지만 지자체들의 빈집정비가 더디다는 지적이다.

 

시와 10개 군·구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인천지역 원도심에 늘어나는 빈집으로 인한 문제 해결을 위해 ‘빈집정비 가이드라인 및 지원계획’을 마련했다. 빈집 등이 늘어나면서 주변 안전사고 및 범죄 장소 제공, 주거환경 악화 등의 우려가 큰 탓이다.

 

이에 따라 시와 군·구는 총 3천665곳의 빈집을 철거·개량해 소공원, 주민공동이용시설, 쉼터 등 공익적 목적으로 활용하려 했다.

 

하지만 지자체들의 빈집 정비 사업이 3년째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자체들이 소유자들과 연락 등이 잘 이뤄지지 않아 빈집 정비를 위한 동의를 받지 못한다는게 이유다.

 

이 때문에 지자체들의 지난 3년간 빈집 정비 추진 실적은 3천665곳의 빈집 중 고작 692곳(18.8%)에 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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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인천 남동구 간석동의 한 빌라는 사람이 살지 않아 쓰레기가 버려져 있는 등 폐허처럼 변해있다. 박귀빈기자

 

특히 최근 3년 동안 정비한 692곳의 빈집 중에서 현재 주차장, 소공원, 쉼터 등 공공이용시설로 바꿔 활용하는 곳은 41곳(5.9%)에 그치는 등 빈집 정비를 위한 취지도 제대로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당초 빈집을 매입해 사업 등을 추진하기보다는, 소유주로부터 3~5년만 공공이용시설로 쓰는 제약을 건 탓이다.

 

전찬기 인천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행정복지센터, 주민 등의 협조와 빈집 유형별에 따른 대책이 필요하다”며 “시·군·구에서 예산을 충분히 확보한 후 과감하게 빈집 정비를 추진해야한다”고 했다.

 

이에 시 관계자는 “공공활용으로 투입한 예산에 비해 실효성이 낮다보니, 현재까지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올해부터는 빈집 정비 사업을 확대,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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