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장애’… 일상 속 비하·혐오 표현 ‘비일비재’ 전문가 “장애, 부정적 관점으로 바라보지 않는 사회 형성돼야”
#. 지체장애인 이종섭씨(가명·51)는 수원특례시 복지여성국 산하의 ‘장애인돌봄과’라는 부서명을 듣고 어이없어했다. 마치 자신을 어린 아이처럼 취급하는 데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살 수 없다는 인식이 심어질 수 있어서다.
#. 경기지역 장애인 관련 단체에서 일하는 김해영씨(가명·27·여)는 TV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흔히 듣거나 볼 수 있는 ‘분노조절장애’라는 단어에 불편함을 느낀다. 김씨는 누구나 자신의 감정을 억누를 수 있지만 이러한 단어는 마치 장애인들이 쉽게 화내면서도 자신의 행동에 책임지지 않는 사람이라는 편견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4월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이한 가운데 일상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장애인 비하·혐오 표현에 이들이 눈물짓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애인에 대한 사회 인식 변화가 선행돼야 언어 순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19일 장애인 관련 단체에 따르면 ‘정신지체장애인’→‘지적장애인’, ‘뗑깡’→‘생떼’, ‘언청이’→‘언어장애인’ 등으로 순화돼야 한다. 이 중 흔하게 사용되는 정신지체장애인의 경우 장애인들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비춰질 수 있는 만큼 객관적인 단어인 ‘지적’이 사용돼야 한다.
뿐만 아니라 ‘휠체어에 의지하다’는 표현처럼 장애인을 무기력하거나 불행한 존재로 여겨지는 문장·언어는 자제해야 한다. ‘앉은뱅이’와 같이 장애를 부정적으로 지칭하는 단어도 피해야 한다.
그러나 일상에서 이러한 단어들은 쉽게 쓰이는 실정이다.
일례로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가 지난해 6~9월 포털사이트 ‘다음’에 올라온 598건의 기사를 분석한 결과, 220건의 기사에서 699개의 혐오 및 비하 댓글을 발견했다. 정치나 사회 등 다양한 기사에서 ‘정신병자’ 등의 용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만큼 이들을 비하·혐오하는 표현이 일상에 만연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말, 나만 불편해’ 저자 김효진 전 장애여성네트워크 대표는 “언어는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만큼 개인이 이를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가 장애인들을 낮게 보거나 열등하다는 관념 자체를 바꿔야 한다”며 “민간에서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장애인들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수원특례시 관계자는 장애인돌봄과 명칭과 관련, “돌봄이라는 단어가 복지를 포함하고 있어 이렇게 정했다”면서도 “면밀히 검토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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